고속철과 국민연금(사설)
수정 1998-01-24 00:00
입력 1998-01-24 00:00
경부고속철도공단은 총사업비를 계상하는 과정에서 차량구입비와 인건비 등 4조원을 누락시킨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밝혀졌다고 대통령직 인수위가 밝혔다.이에 따라 경부고속철 총사업비는 지금까지 알려진 17조6천억원이 아닌 22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공사비를 사실대로 밝힐 경우 국민 반대여론이 높아질 것을 두려워해 고의로 과소계상한 의혹이 짙다는 것이다.
경부고속철건설비는 당초 5조8천억원으로 계상됐던 것이 93년에는 10조7천억원으로,작년에는 17조6천억원으로 수정을 거듭하면서 3배로 증가돼 왔다.건설초기는 물론이고 공사비 수정때마다 공사비가 반대여론을 의식,사실보다 축소 발표되고 있다는 강한 의혹이 제기돼 왔고 이번에 감사원이 이를 공식 확인해 준 셈이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국민연금과 관련,보건복지부는 ‘낮은 보험료 부담과 높은 연금지급’은 처음부터 실현성이 약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한다.연금의 재정불안정은당초 예견된 것이라는 얘기다.높은 보험료에 낮은 연금지급이 제시된다면 연금가입이 저조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처음부터 재정불안이 예견된 것이라면 몇년쯤 뒤에는 보험료율을 올리고 급여는 낮추는 수정작업이 있을 수 있다는 예고가 있었어야 옳았다.국민들의 기대를 잔뜩 부풀려 놓고 어느날 갑자기 지금대로는 안되겠다는 것은 적어도 신뢰 있는 정부라면 취할 수 없는 자세다.
경부고속철공사의 계속 여부나 국민연금의 개선방향의 결정은 중요한 문제다.그러나 이에 앞서 고속철사업비의 축소 의혹과 국민연금의 부실시행 과정은 명백히 밝혀내고 가야 한다.정책의 부도덕성을 제거하지 않고는 정부의 신뢰회복을 기대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1998-01-2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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