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농민의 이웃사랑 11년/정읍시 내장동 이춘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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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8-01-20 00:00
입력 1998-01-20 00:00
◎“아무리 가난해도 도울 힘은 있지요”/넉넉지못한 살림에도 무의탁노인 10명에 성금

【정읍=조승진 기자】 “살기가 어렵다고 해서 매년 해 오던 이웃돕기를 멈출 수는 없지요.조그만 정성일 뿐입니다”

11년째 이웃돕기를 실천해 온 이춘조씨(63·내장동 553)가 19일 정읍시 내장동사무소에서 10만원씩 든 봉투 10개를 수줍게 꺼내 설 명절이 더욱 쓸쓸한 10명의 무의탁 노인들에게 전달했다.

이씨는 “직접 찾아 뵙지 못하고 추운 날씨에 동사무소까지 나오시도록 불편을 끼친 게 오히려 송구스럽다”고 했다.

4천여평의 논 농사가 고작인 이씨의 자선은 슬하의 3남 2녀가 모두 장성해 서울 등지로 독립하면서 내외만 남은 87년부터 시작됐다.

17살때 부모를 여윈 이씨는 막노동 등 맨몸으로 자수성가하면서 자녀들의 교육과 결혼 등 앞만 보고 살아왔으나 자신의 어려웠던 시절과 부모님께 효도하지 못한 한을 간직해 오다 주변의 소년소녀 가장과 홀로사는 노인 돕기에 나섰다.처음에는 추석과 설에 자신이 직접 농사지은 쌀을 10가구에 한가마씩 기증했다.그 뒤 일년에 두번씩 한차례도 거르지 않고 이제까지 200가마 상당의 쌀이나 현금으로 어려운 이웃들을 도왔다.

특히 이번 성금은 넉넉하지 못한 살림에 아내 정인순씨(58)가 1년전부터 고혈압 증세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있는 등 우환중에 이루어진 것이어서 주위를 더욱 감동케 하고 있다.

이씨는 “아내 병간호로 시간이 없어 예년처럼 방문 전달을 못했다”며 “어릴때부터 이웃들에게 받은 도움에 비하면 부끄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1998-01-2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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