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자금난 내년 1분기 더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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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7-12-30 00:00
입력 1997-12-30 00:00
내년 1·4분기의 은행대출은 올 연말보다 더 어렵다.특히 1·4분기의 은행대출 여력은 31일 고시될 환율기준율에 달려 은행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29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권은 연·기금이 은행권이 발행한 4조5천억원대의 금융채 인수 등으로 연말 대비 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 8% 확충에는 큰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지만 대손충당금을 100% 적립해야하는 내년 3월이 문제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특히 외화대출금의 손실율 결정에는 올 31일의 환율이 크게 좌우하게 돼 있어 각은행들이 이에 비상한 관심을 쏟고있다.
은행들은 올 연말 대비 자기자본 비율을 산정할 때에는 주식투자 등 유가증권 평가손을 손실액의 50%만 반영하게 돼 있다.때문에 부실여신 등의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을 100%로 책정한 은행도 거의 없다.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의 주문에 의해 모든 은행들은 내년 3월에는 유가증권평가손과 대손충당금을 모두 100% 적립한 상태에서 자기자본 비율을 8% 이상 유지해야 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업들의 자금난은 연말보다는 내년 3월까지가 문제”라며 “내년 3월 말에 유가증권 평가손과 대손충당금을 100% 적립한 상태에서 8%를 달성할 수 있을 지 여부가 은행들에겐 더 큰 걱정거리”라고 말했다.A은행 관계자는 “연말 자기자본 비율을 확충하기 위해 은행들이 최근 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을 기피하는 것은 일단 대내외적인 신인도 하락을 방지하기 위한 전단계 차원”이라고 말했다.이 관계자는 “그러나 IMF 주문에 의해 내년 3월 말 자기자본 비율을 8% 이상 유지하지 못할 경우 은행의 생존권과 직결되기 때문에 자금을 더욱 보수적으로 운용하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은행권은 특히 연초의 자금운용 방향을 가늠할 잣대로 30일의 환율 움직임을 꼽는다.부실여신은 성업공사에의 매각과 그간의 여신회수 작업 등으로 많이 축소됐으나 31일 고시될 기준환율은 전체 자산의 30∼50%에 이르는 외화자산의 부실화 크기를 판가름하기 때문이다.
B은행 관계자도 “31일 고시될 기준환율이달러당 1천200∼1천300원대에서 유지되면 그런대로 괜찮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자기자본 비율 확충에 여력이 없어 내년 1·4분기에는 올 연말보다 자금을 더 보수적으로 운용할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자기자본비율은 자기자본을 위험 가중자산으로 나눈 백분율이어서 환율 상승 폭이 커지면 원화로 표시하는 위험가중자산도 덩달아 커지기 때문에 자기자본 비율은 낮아지게 된다.
따라서 은행권은 환율사정이 좋아져 자금을 최대한 신축적으로 운용한다고 해도 내년 초에는 기존 대출금 회수 부분으로 수출환어음을 매입하는 선에서 여전히 보수적인 입장을 취할 수 밖에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 삼성 현대 LG 대우 등 대재벌을 중심으로 하는 업계는 29일 하루동안 6천2백30억원어치의 회사채를 발행했으나 소화된 물량은 10%에도 못미치는 6백억원대에 그쳤다.은행 등의 기관투자자들이 자금난으로 매수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이들 재벌들은 따라서 발행 물량의 대부분을 다시 가져갔으며 추후 시장상황을 보아가며 다시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오승호 기자>
1997-12-3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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