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뜯기는 토론이 아니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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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7-12-03 00:00
입력 1997-12-03 00:00
새 선거법에 따라 처음 실시된 3당 대통령후보 TV합동토론회는 돈 많이 드는 옥외 유세를 대신하여 유권자들이 안방에 앉아 차분하게 후보들의 자질과 공약들을 비교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했다.그러나 정보화시대에 걸맞는 선진제도의 도입이지만 처음인데다 우리의 토론문화가 정착돼있지 못해 적잖은 문제점들을 드러냈다.

이날 토론 주제는 경제였다.그러나 토론의 상당부분이 후보 자녀 병역문제,건강문제,도덕성 시비 등 주제에서 빗나간 상대방 헐뜯기로 흘렀다.유머나 여유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감정적 정치공방으로 흘러 전반적으로 탁한 대선정국의 축소판을 이뤘다.특히 국민의 최대 관심사인 경제난국과 관련해서도 토론은 처방 제시보다 책임소재를 둘러싼 공방전에 치우쳤다.

경제난국의 책임을 분명히 가리는 것은 중요하다.하지만 토론은 어느 시대 실력자들이 어느 당에 많으니 그 당의 책임이 크며 그 당 후보로는 경제회생이 어렵다는 식의 피상적 정치공세로 일관했다.책임전가식 감정싸움으로 책임소재가 밝혀질 리 없고 해법이 도출될리 없다.구체적 실책과 그 책임자가 지적되어야 책임소재가 분명해진다.여기에 자신의 대안,해법 등이 보태져야 평가가 가능한데 그렇지 못했다.감정대립으로 인내심 테스트는 됐을지 언정 정책의 차별성은 부각되지 않았다.

제시된 공약도 후보들 스스로 인정하듯 ‘교과서적’이거나 ‘원론’수준에 머물어 좋은 소리의 나열에 그쳤다.1분30초 발언과 1분 반론시간제약도 심도있는 토론에 장애였다.토론이 주제를 벗어나거나 인신공격성 발언이 이어질 때 사회자가 이를 제지하지 않은 것도 흠이다.

나머지 TV토론마저 감정싸움이 되어서는 안된다.상대방 흠집내기 보다 비전 제시와 격조높은 토론으로 시청자인 유권자를 설득하는 일이 중요함을 후보들은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1997-12-0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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