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이래도 되는건가/곽태헌 경제부 기자(오늘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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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7-11-15 00:00
입력 1997-11-15 00:00
‘레임 덕’ 국회에 졸속입법,부처이기주의와 의원들의 ‘밥그릇’ 챙기기….요즘 국회를 보면 “이래도 되는 건가”하는 것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개인이나 소속 상임위의 이해와 부처이기주의에 따라 법안이 심의되고 한편으로 심의지연으로 막판 졸속입법마저 심히 우려된다.

대표 사례가 재경위의 금융개혁법률안 수정통과.재경위는 지난 13일 소위원회에서 신설될 금융감독위원회를 재경원 밑에 두기로 하는 내용으로 정부의 금융개혁법률안을 고쳤다.재경원이 금감위를 금융개혁위원회의 건의대로 국무총리실 밑에 두기로 했음에도 재경위 의원들이 이를 뒤집어버린 것이다.

재경위 의원들은 “금감위를 국무총리실 밑에 둘 경우 금융감독과 관련된 법령제정권을 재경원이 갖고 있는 것과 모순된다”며 “금융을 잘 아는 재경원의 산하로 두는게 좋다”고 수정이유를 밝혔다.그러나 이보다는 중립적인 국무총리실 산하에 금감위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더 많다.금감위를 재경원 산하로 둘 경우 그렇지 않아도 무소불위의 공룡부처인 재경원의 힘이더 세질 것이기 때문이다.

재경위 의원들이 당초 안을 뒤집어버린 것은 표면적으로 내세운 이유보다 자신들의 이익때문으로 보인다.막강한 힘을 갖게 될 금감위가 국무총리실로 넘어가면 국회 행정위로 소속이 바뀌게 돼 재경위 의원들의 영향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따라서 자신들의 영향력 유지를 위해 금감위를 재경원 산하로 바꿨다는게 오히려 설득력이 있다.

재경원도 금개위의 건의와 한은의 입장을 고려해 국무총리실 산하로 금감위를 두는 안을 제출했지만 그렇게 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의원들의 속성을 잘 알기 때문이다.재경위 의원들이 금감위 소속을 바꾸자는 의견을 제시하자 재경원 고위 관계자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의원님들이 원하면…”이라고 답변했다고 한다.‘누이좋고 매부좋은’ 전과를 올린 재경위 의원들과 재경원을 보는 시선은 그래서 곱지 않다.

제사보다는 잿밥에 마음이 간 의원들이나 슈퍼부처를 꿈꾸는 재경원이 ‘짜고 친 고스톱’이었다면 지나친 표현일까.금융감독정책의 중립성과 기업체질 개선이라는 중차대한 경제정책이 의원들의 소의와 부처이기주의때문에 탈색고 있다.
1997-11-1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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