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비자금 수사 유보­사실상 포기의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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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7-10-22 00:00
입력 1997-10-22 00:00
◎정치적 부담 거부한 검찰/비자금만 수사하면 국민불신 초래/검찰내부 불가건의·경제난도 큰몫/이 총재 새카드 선택 가능성… 교체론 거세질듯

김태정 검찰총장이 비자금 의혹과 관련한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에 대한 고발 사건을 대통령선거 이후로 유보한 것은 김총장이 밝혔듯이 다른 정치인과의 형평성,국론 분열,심각한 경제위기 등을 감안한 것이다.

이같은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검찰 안팎의 여론이 크게 작용했다.김총장은 초도 순시와 일요 예배때는 물론 전직 장·차관들에게서도 의견을 수렴했다.김총장은 결국 20일 전국 고검장회의에서 참석자 5명의 의견을 들은뒤 최종적으로 유보 결정을 내렸다.

○야 맞고발땐 처리 난관

검찰은 수사를 유보한 가장 직접적인 사유로 형평성의 문제를 거론했다.“과거의 정치 자금에 대해 정치권 대부분이 자유스러울수 없다”는 김총장의 말이 이를 뒷받침한다.

검찰이 또다른 이유로 거론한 형평성문제는 수사 기술상의 문제와도 맞물린다.대통령 선거 전에 완벽하게 수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데다 국민회의 쪽에서 맞고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김총장은 “고소 내용 가운데 일부만을 수사해 발표하는 등 어정쩡하게 결론을 내면 정치권은 물론 국민 사이에 극심한 국론분열만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면서 “김총재 사건을 본격적으로 파헤치기 시작하면 국민회의에서도 맞고발해 신한국당 정치인 등에 대해서도 수사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 위기도 중요한 고려 요소였다.김총장은 오는 27일 ‘경제 회생을 위한 검찰권 행사 방안’이라는 주제로 전국 특수부장검사 회의를 연다는 것을 상기시키면서 ‘국민을 위한 검찰’임을 강조했다.

○정치권 압박이 역작용

정치권의 압박은 역기능을 초래한 것 같다.김총장은 “엄청난 사건이 넘어와 심리적으로 중압감을 느꼈다”면서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라는 생각으로 수사 유보를 결정했다”고 말했다.“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에는 앞으로 정치권이 검찰권을 이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제 김총재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물건너 간 것 같다.김총장은“회고적인 검찰이 아니라 미래 지향적인 검찰이 되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수사에 대한 소극적 의지를 짐작케 했다.

○대선구도 변화의 단초

한편 검찰의 결정은 어떤 형태로든 대선정국 구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외형상 비자금을 고리로 일대 반전을 꾀해온 신한국당 이회창 총재측이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됐다.이날 이사철 대변인이 검찰의 결정을 비판하며 수사를 강도높게 촉구하고 나선 것도 이를 반증한다.

따라서 정국구도 변화의 단초도 이총재진영에서 불거져 나올 공산이 크다.적게는 당내 비판과 이에 따른 후보교체론의 확산 가능성에서부터,크게는 차별화 차원을 떠난 청와대측과의 대립 가능성도 점쳐진다.예단하긴 어려우나 이총재측은 당내홍과 국면 반전을 위해 보다 큰 카드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황진선·한종태 기자>
1997-10-2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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