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 드러낸 김정일체제/조정원 경희대 총장(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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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7-10-21 00:00
입력 1997-10-21 00:00
북한은 김일성 사망이후 일종의 비상통치 체제라 할 수 있는 유훈통치기를 끝내고 김정일의 당총비서 취임으로 정상적인 국가 모습을 찾아가고 있는 듯 보인다.그러나 김정일의 당총비서 승계를 계기로 남북관계 전반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던 한국정부는 최근에 북한군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와 대성동 주민 2명을 납치해 간 도발사건에 당혹감과 실망감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유훈통치기에도 북한 김정일은 군부에 의존하면서 사실상 권력장악에 성공하였고 1994년 10월 북미제네바협상 이후 소위 통미봉남 전략에 따른 남한배제 정책을 추구하면서 남북한 관계 경색을 가져온 바 있다.

북한은 극심한 경제난과 식량난으로 탈북자가 증가하는 등 사회일탈 조짐을 보였으나 최근 국제사회의 구조활동 등으로 식량난이 다소 호전되어 가고 있으며,한때 붕괴론이 운위되기도 하였으나 김정일 정권의 공식적 출범으로 체제도 안정되어 갈 것으로 전망된다.

○주민납치 남북관계 ‘찬물’

김정일정권 자체는 과거 김일성정권의 연장이기는 하나김정일이 지난 8월 4일에 발표한 논문에서 남한당국자와의 협상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남조선당국 태도여하에 따라’라는 조건을 제시함으로써 남북관계 개선의 가능성이 기대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북한은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기본합의서를 체결하여 한국정부와 대화와 협상을 가졌지만 북한핵을 빌미로 한 북미협상이후에는 남한배제 전략으로 미국과의 직접적인 양자간 평화협상을 추진하고 있다.그러나 남북한의 정전상태를 평화상태로 이행하는 평화회담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당사자인 한국을 배제하고,주체노선을 지향한다는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에만 집착한다는 것은 다분히 전략전술의 측면이 농후하다고 볼 수 밖에 없다.북한은 4자회담을 수용하는 과정에서도 식량원조를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예비회담을 활용하면서 본회담 의제로 주한미군철수와 북미 평화협정을 주장함으로써 사실상 회담개최를 위한 현실적 접근을 멀리한 채 경제적 실리나 명분만을 추구하는 전략적 협상에 매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체제 유지·경제발전 동시 추구

한편,김정일정권은 체제유지와 경제발전을 동시에 추구하고자 하나 정권초창기인 점을 감안하여 현체제를 유지하면서 경제회생을 위한 개방정책을 점진적으로 펼쳐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남북한 공히 작금의 어려운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민족의 지혜를 모아 남북경제협력 공동체를 실현하여 한민족의 도약과 번영을 도모해야 한다.북한은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나진·선봉지대와 같은 개방지역을 확대해야 하며 남북한 협력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시킬수 있는 방안을 보다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한국과의 대화는 물론 경제적 협력이 부진한 상황에서 외국의 투자가 촉진되리라 기대하는 것은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 될 것이다.

21세기를 불과 2년여 앞둔 이 시점에서,그리고 북한의 김정일정권이 출범되고 연말이면 한국의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는 작금의 가변적인 상황에서 남북한 모두 힘을 모아 21세기 한민족의 번영을 위한 남북한 공동체 건설의 단초를 풀어야 한다.남북한 공히 상호간 비방을 자제하면서 7·4남북공동성명과 기본합의서 정신으로 돌아가서새로운 실천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빠른 송환만이 교류 단초

새로 출범한 김정일정권이 생업에 종사하는 대성동 주민을 납치한 것은 이제 새로운 남북한 관계의 발전을 기대하는 우리 민족에게 찬물을 끼얹는 일이다.한국 정부도 보다 적극적인 북한 포용정책을 구상해야겠지만 북한의 김정일정권은 ‘남조선당국 태도여하에 따라’라는 조건만 제시하지 말고 4자회담을 수용하는 등 한반도 평화와 남북교류를 촉진할 수 있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북한은 인도주의차원에서도 조속히 대성동 주민을 송환해야 하며 판문점이 긴장고조의 장소가 아니라 이산가족 재회 등 한반도 평화의 성지가 되도록 해야할 것이다.
1997-10-2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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