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잠수함속의 미 구호식품(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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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7-10-18 00:00
입력 1997-10-18 00:00
미국의 한 교회가 굶주리는 북한주민들에게 나눠주라고 보낸 구호식량이 북한에서 군사용으로 전용된 사실이 확인됐다.일찍부터 우려는 해왔으면서도 설마설마 했던 일이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우리를 다시 한번 황당케 하는 일이다.그것도 대남공작용으로 쓰였다니 그저 난감할 뿐이다.

그간 국내외의 구호단체들이 북한에 지원해온 구호품중 일부가 군사용으로 쓰이고 있다는 것은 탈북자들의 증언을 통해 여러차례 들어왔던 일이고 북한 정권의 속성으로 미루어 그럴 개연성은 충분히 있있다.

그러나 이제 그것이 ‘물증’으로 확인된 것이다.국방부가 16일 확인해준 것을 보면 지난해 9월 강릉에 침투했다 좌초된 북한의 잠수함 공작선에서 미국 버지니아주의 한 교회가 북한에 보냈던 구호식량 통조림통에 붙어있던 표지가 발견됐다는 것이다.

이제 북한이 구호식량을 군사용으로 전용하고 있음이 현실로 확인된 이상 이일을 어떻게 처리하느냐 하는 문제가 남아있다.국제사회는 이문제를 북한당국에 공식적으로 항의해야할 것이다.

그동안에도 한적은 물론북한에 인도적 식량구호사업을 벌여왔던 국제기구들은 구호품 분배의 투명성 확보문제를 꾸준히 제기해왔으나 북한측은 확인절차를 사실상 거부해왔다.이들 국제기구 요원들이 북한에 들어가 있긴 하나 여행이 제한돼있고 체재 인원수도 묶여있어 확인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인 것이다.

이번일을 계기로 국제사회는 납득할만한 확인수단을 확보해야 할것이다.확인이 납득할만한 수준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지원을 중단하는 문제도 고려돼야 할 것이다.

이번일에 또 하나 문제가 되는것은 구호식량 ‘물증’ 잠수함이 발견된지 1년만에 뒤늦게 찾아냈다는 사실이다.그것도 우리 군에 의해서가 아니고 지난 8월 한·미 합동훈련에 참가했던 미군에 의해서 발견됐다는 것은 우리 군의 허술함을 여실히 내보인 사례여서 부끄럽다.



이 부분에 대한 책임도 따져봐야 할것이다.앞으로라도 이런식으로 일처리가 되지 않도록 일벌백계의 필요가 있다.보도를 보면 뒤늦게 이 일을 알게된 국방부가 8월말께 통일원과 외무부에도 이 사실을 통보해주었으나 거기서도 각기 합당한 뒤처리를 하지않고 쉬쉬하며 지금까지 지내온 것으로 돼있다.

사안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뒤늦은 발견에 책임문제가 나올까봐 일이 확대되는 것을 피하려 했다는 혐의가 없지 않다.
1997-10-1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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