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비자금’관련 이름 거론에 답답/은행들 “검찰이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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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7-10-10 00:00
입력 1997-10-10 00:00
◎계좌번호까지 제시돼 피해 우려/사실여부 밝혀 국민의혹 씻어야

신한국당이 폭로한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의 ‘비자금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은행들은 요즘 “답답해서 죽을 지경”이다.강삼재 사무총장의 폭로 이후 진위 여부를 은행 내부적으로는 자료를 뒤져 알아보았지만 금융실명에 관한 대통령 긴급명령에 의해 대외에 알릴수 없게 돼 있기 때문이다.

해당은행 관계자들은 특히 신한국당이 9일 2차로 비자금 사건을 폭로하면서 계좌번호까지 제시하자 검찰이 수사에 나서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주문까지 하고 있다.은행들은 가만히 있자니 은행에 대한 의혹의 눈길이 커질 것 같고,그렇지 않고 해명하거나 시원히 사실을 밝힐 수단도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사실 여부를 떠나 은행들의 태도도 제각각이다.지난 8일 한일은행은 신한국당이 주장한 비자금 CD(양도성 예금증서)의 실명전환 사실을 부인한 반면 상업은행과 동화은행 등은 사실 여부를 떠나 관련 법 때문에 공개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중앙투자금융은 지난 93년 8월 (주)대우의 자금부 남상범 대리가 40억원을 당좌수표로 교환해간 것은 신한국당 발표대로 사실이나 그 당시 당좌수표의 실명전환은 일상적인 업무였기 때문에 정당한 절차를 거쳤다고 주장한다.

중앙투금 관계자는 “당시 그 당좌수표가 어떤 돈에 의해 발행된 것인지는 알수도 없었고 알 필요도 없었는데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항변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번 일로 은행들이 타격을 입을 것은 없다”며 “만약 수사결과 은행직원이 불법으로 실명전환을 해준 것이 드러난다고 해도 해당 직원만 면직시키면 된다”고 말했다.그는 그러나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은행 이름에 이어 계좌번호까지 제시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검찰이 영장을 발부받아 수사에 나서 확인해주지 않을 경우 은행들만 피해를 입게 된다”고 우려했다.

현행 금융실명에 관한 긴급명령 제4조에는 법원의 영장발부나 법원의 제출명령,은행·보험·증권감독원 등 감독기관의 요청 등이 있을 경우에 한해서만 거래내역서를 외부에 알려줄 수 있게 돼 있으며 이를 어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돼 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아직까지는 본부에서는 사실 여부를 확인한 바가 없다”며 “그러나 일선 점포에서 누가 물어봤을때 금융실명제 규정을 잘 모르거나 부지불식간에 거래사실 유·무를 알려줬을 가능성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 경우 국민회의측으로부터 고발당할 우려도 있다고 걱정한다.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과연 진실이 무엇인지가 하루속히 가려지기를 은행들은 더욱 학수고대하고 있다.<오승호 기자>
1997-10-1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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