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사태 부작용 더 확산될듯/채권단·그룹 감정싸움 장기화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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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7-10-05 00:00
입력 1997-10-05 00:00
정부와 채권단 및 기아그룹간 감정대립으로 기아사태의 장기화가 불가피해졌다.이로 인해 기아협력업체의 연쇄도산과 종합금융사의 자금압박,금융기관의 해외차입 부담,증시침체 등과 같은 부작용이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4일 금융계에 따르면 기아그룹은 화의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오는 6일 제일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에 공식 통보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채권단이 지난달 29일 제2차 대표자회의에서 오는 6일까지 화의를 고수할 것인지,아니면 회사갱생을 위해 법정관리를 신청할 것인지 여부를 채권단에 회답해줄 것을 기아측에 통보한데 따른 것이다.
제일은행 관계자는 “아직까지 기아가 이에 대해 입장을 밝혀온 것은 없으나 지금까지 분위기로 볼 때 화의를 고수키로 한 입장에 변함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그는 “기아가 화의를 고수하더라도 채권단이 일방적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하거나 공동대응은 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기아가 채권단에 화의고수 여부를통보해야 하는 시한인 10 6일이 갖는 의미는 없다”며 “10월 6일 이후에는 기아그룹 채권금융기관들이 자율적인 판단에 따라 개별적으로 대응하기 때문에 기아사태의 장기화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는 화의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6일 채권단에 통보한 뒤 개별채권금융기관과 화의 성사를 위한 개별협상에 본격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채권단은 그러나 화의법에 의해 법원에서 화의 인정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채권금융기관의 과반수 이상과 여신액의 4분의3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연내에 동의여부가 판가름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즉 기아는 앞으로 143개인 전체 채권금융기관의 절반 이상을 상대로 일일이 개별협상을 벌여 화의조건에 대한 타협점을 찾는 작업을 해야 한다.그러나 채권금융기관이 너무 많은데다 기아가 이미 제시한 바 있는 화의조건(2년 거치에 5년 분할상환,이자율 6% 적용)과 채권금융기관의 입장(상환기간 축소 및 이자율 우대금리 적용)간 차이가 커 내년 3월쯤에나 가서야 화의 성사여부에 대한 법원의 결정이 내려질 것 같다.
기아그룹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은 재산보전처분 결정에는 동의했으나 화의에 의한 기아사태 해결방안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법원에 이미 밝힌바 있다.신한은행도 제일은행과 함께 기아가 신청한 화의에 동의해줄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반면 종금사는 13%대인 A급 어음할인금리(13%대)를 적용하고 상환기간도 기아가 제시한 것보다 축소돼야 화의에 동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계에서는 기아협력업체의 연쇄도산 여부가 기아사태 장기화의 변수가 될 가능성은 있으나 지금까지는 우려했던 상황이 빚어지지 않고 있으며 추후 연쇄도산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기아가 백기를 들고 스스로 법정관리를 신청하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그렇다고 정부나 채권단이 대선정국을 의식하지 않고 사회·경제적 파장을 막기 위해 법정관리를 신청하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견된다.
전문가들은 채권단에 대한 정부의 무책임한 입김작용과 채권단의 정부 눈치보기,김선홍 회장의 사퇴불가가 어우러져사태가 꼬이고 있음에도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 풍토가 문제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오승호 기자>
1997-10-05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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