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결산(외언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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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7-09-22 00:00
입력 1997-09-22 00:00
인간의 화장목적이 주로 이성을 유혹하기 위한 것이라면 기업은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화장을 한다.생긴대로 있는 그대로 내보이지 않고 사실과 다르게 꾸미는 것이다.이른바 분식결산을 하는 것이다.이러한 기업의 사실감추기식 화장행위를 눈감아준 회계법인의 부실회계감사가 철퇴를 맞았다.
대법원은 19일 오모씨가 95년 부도난 한국강관의 회계감사를 맡았던 청운회계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상고심에서 “회계법인은 오씨에게 민법에 의한 손해배상을 하라”고 판결했다.청운회계는 한국강관이 18억원 정도의 영업손실이 있었음에도 오히려 외상매출을 허위로 늘려서 손실액만큼 이윤이 발생한 것으로 분식한 손익계산서 등의 재무제표에 아무런 하자가 없는 것으로 부실감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씨는 이러한 감사자료를 믿고 한국강관 주식에 투자했다가 큰 손해를 보고 소송을 제기했었다.짙디 짙은 화장속에 감춰진 기업의 부실경영을 알리없는 선의의 소액투자자가 법의 보호를 받게 된 첫 판결인 점에서 의미가 크다.물론 부실감사에 의한 손해배상규정은 외부감사법 등 증권관련법규에 있기는 하나 투자자가 구체적으로 손해를 입증해야 하는 까다로운 절차와 짧은 배상청구시한때문에 소송이 제대로 이뤄지질 않았다는 것이다.
이번 판결은 소송을 제기한 사람에 한해서만 배상을 받을수 있으므로 같은 이유때문에 손해를 본 다중에게도 판결의 효력이 적용되게끔 ‘집단소송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 같다.
우리 업계의 결산보고서나 회계감사자료는 신뢰도가 낮은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그래서 주식투자뿐 아니라 기업신용을 바탕으로 하는 금융기관대출기준으로 활용하는데도 위험성이 크다.이번 대법원 판결이 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에 큰 도움이 되고 재계에 대한 일반의 시각도 긍정적으로 바뀜으로써 우리 자본주의사회가 건전하게 뿌리내리길 기대해 본다.<우홍제 논설위원실장>
1997-09-2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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