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시대의 전사프로그래머(서정현의 정보세상 얘기: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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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7-08-15 00:00
입력 1997-08-15 00:00
놀란 것은 무엇보다도 인터뷰에 응한 11살짜리 사장이 유창하게 구사하는 컴퓨터 용어를 들으면서였다.대학에 진학해서 전산학을 전공하면서부터 들었던 용어(클라이언트 서버,게이트웨이,프로토콜 등등)들을 필자보다도 훨씬 확실한 이해를 바탕으로 구사하고 있었다.
물론 컴퓨터 산업이 미국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고 대다수의 용어가 영어 문화권을 기반으로 했기에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아직도 개념이 잡히지 않는 용어를 미국의 초등학생이 능숙하게 인용하는 것은 적지 않게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 초등학생이 능력이 뛰어나 그렇다기보다는 컴퓨터 용어가내포하는 의미가 실생활에서 적용되는 의미하고 하나도 다르지 않기 때문에 쉽게 그 뜻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전산학에서 사용하는 게이트웨이가 갖는 의미가 이 초등학생이 어머니에게서 설명을 들었을 고속도로의 게이트웨이하고 하는 일이 다르지 않기 때문에 큰 어려움없이 개념을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따라서 이런 환경에서 프로그래밍을 배운 사람이라면 프로그래밍이란 특유의 그 무엇이 아니라 실생활의 규범 그대로라는 것을 깨달을수 있을 것이다.
실생활에서 건물을 지을때 기반이 튼튼해야 한다.각종 전기 설비들이 업계 표준에 맞아야 한다.앞으로 늘어날 수용인력을 예상해 확장이 용이해야 한다.이런 규범들을 프로그래밍에 그대로 적용한다는 얘기다.
필자와 한때 교류가 있던 미국인 프로그래머는 어떠한 각오로 소프트웨어를 제작하는가 하는 질문에 큰배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한다고 대답했다.모진 풍랑에도 난파하지 말아야 하며 어느 항구에나 정박할 수 있어야 하고 승객에게는 안정감과 편안함을,선원에게는 운행의 용이함과 엔진의 견고함을 주는 배를 제작한다는 생각으로 소프트웨어를 제작한다고 했다.
미국인 프로그래머는 현실세계에서 본 것들,경험을 통해 터득한 개념들을 프로그래밍에 적용하고 있는 것이었다.
21세기의 패권은 정보 산업을 선도하는 국가가 쥐게 된다는 토플러 교수의 주장이 점점 더 신빙성을 지니는 이즈음 이를 이룩할 수 있는 첨병은 바로 기존의 기술,기존의 방법보다 더 나은 기술과 방법을 끊임없이 궁리하고 개발하는 프로그래머다.(필자=아이소프트 기획개발부문이사·jhsuh@isoft.co.kr)
1997-08-15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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