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실리챙기기/김용상 연구위원(남풍북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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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7-08-11 00:00
입력 1997-08-11 00:00
벼랑끝에서 실리를 챙겨온 북한의 외교놀음이 바야흐로 절정에 달하고 있는듯 하다.그같은 징후는 큰 진전없이 사흘 만에 끝난 뉴욕 4자회담 1차 예비회담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북측은 주한미군의 지위문제와 미­북간 평화협정 문제를 본회담에서 다루자는 카드로 1차 회담을 사실상 공전시켜 버렸다.그 카드가 남측이나 미국측이 받아들일수 없는 것임을 뻔히 알면서도 끝내 고집을 부린 것.식량지원이나 경제협력같은 다른 것들을 얻어내기 위한 계산된 행동이었다.실제로 북측은 회담중 남측과 미국측 수석대표가 참가한 3자 비공식 접촉에서 대규모 식량지원 보장 및 미국의 대북경제제재 완화를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은 회담 이전부터 치밀하게 계산된 몇가지 움직임을 보여 주었다.느닷없이 ‘한반도에 새로운 평화체제가 수립될 때까지 종전의 정전협정을 준수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선언한 외교부 대변인 성명도 그 중의 하나였다.정전협정 준수는 남측은 물론 미국이나 중국도 바라던 일이었지만 너무 갑작스런 변화라 ‘도대체 속셈이 뭘까’하고 경계부터 했다.95년4월 이후 줄곧 정전협정 체제를 철저히 부인해오다 갑자기 태도를 바꾼데는 뭔가 까닭이 있을 것으로 짐작돼서였다.관측통들은 우선 이 성명이 4자회담 예비회담을 몇시간 앞두고 나왔다는 점에 주목했다.그 결과 이 짤막한 성명문으로 당사국은 물론 세계 각국에 대해 ‘우리는 이렇게 변했다’는 것을 널리 알려 회담에서 유리한 입장을 차지하기 위한 포석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외교는 명분이라는 말이 있다.그러나 근래엔 명분보다 실리를 더 중시하는 경향이 확연하다.그같은 시각에서 보자면 북한이 실리를 추구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북측이 경수로 부지공사에 앞서 신포의 KEDO사무소와 서울 한국전력 간의 직통전화를 개통케 해준 것이나 도로공사측에 나진.선봉지구내 2개노선 59㎞에 이르는 고속도로 공동건설을 제의한 것 등은 바람직한 실리추구 외교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엉뚱한 전제조건을 달아 한반도 평화기반 구축을 위한 4자회담을 공전시킨 것은 평화를 기원하는 민족앞에 죄를진 것에 다름 아님을 알아야 한다.
1997-08-11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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