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기 참사와 불 언론/김병헌 파리 특파원(오늘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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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7-08-08 00:00
입력 1997-08-08 00:00
매우 이례적이다.우리나라의 위상이 과거와는 다르다는 점을 십분 감안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프랑스 언론들은 그동안 외국에서 발생한 항공기 사고는 가볍게 처리해왔다.항공사고 사상 가장 큰 사고로 기록된 지난해 말 인도에서의 항공기 공중 충돌사고도 국내에서는 1면 기사로 장식됐지만 프랑스언론들은 1∼2단 기사로 보도했다.
부끄러운 사고인 만큼 프랑스 언론들이 대우의 톰슨인수 파동 등과 관련 한국에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일부러 확대 보도 하는 것일까.그러나 그런 기미는 관련기사들의 어느 구석에서도 찾아볼수가 없다.사고 주체가 한국 국적기인 대한항공 여객기가 아니라 미국 보잉사의 747기종이라는 대목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느낌이다.
애틀란타 올림픽기간중 공중폭발한 TWA사 여객기와 같은 기종인 보잉 747이며 이번 사고기는 그 비행기보다 새 것이라는 등….TV가 한술 더 떴다.사고 경위를 보도하면서 보잉사의 항공기공장을 회면으로 보여주는가 하면 사고 경위도 채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에어프랑스 조종사를 연결,사고원인을 물어보면서 기체결함의 가능성을 집중 거론하기도 했다.
그러면 이들 프랑스언론의 저의는 뭘까.‘보잉사 죽이기’로 밖에 볼 수 없다.무위로 끝났지만 유럽연합(EU) 국가중 최근 보잉사와 맥도널 더글라스사의 기업합병을 가장 반대한 것은 경쟁상대인 에어버스사의 실질적 오너인 프랑스였다.프랑스 국민들 사이에 팽배해 있는 미국에 대한 ‘2등 컴플렉스’의 발로다.
이를 비난할 생각은 없다.그러나 엉뚱한 의도를 갖고 우리의 가슴아픈 참사를 마치 자신들의 일인양 관심을 기울이는 척하는데는 분노를 느낀다.말끝마다 가장 인간을 존중하는 국가라고 부르짖는 프랑스의 인간·인본주의의 정체가 궁금해진다.만약 사고가 난 여객기가 에어버스사의 기종이었다면 프랑스언론의 보도 태도는어떠했을까…
1997-08-08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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