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의욕 박탈” 만화가 잇단 절필/무더기 기소 파문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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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7-08-05 00:00
입력 1997-08-05 00:00
◎검찰조치 항의 서명운동 전개/표현의 자유침해… 무분별한 정책 비난/서울 만화축제 앞두고 국제망신 우려

검찰의 3개 스포츠신문 편집국장 및 연재만화가에 대한 무더기 사법처리와 만화가들의 소환조치에 항의,만화가들이 절필선언을 추진하는 등 파문이 날로 확산되고 있다.

또한 오는 14일부터 21일까지 한국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한국만화가협회·한국만화학회·한국출판만화협회 등 관련 5개 단체들이 한국종합전시장에서 공동 주최하는 ‘제3회 서울국제만화페스티벌(SICAF)’을 앞두고 국제적인 망신을 살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스포츠신문 연재작가 20명은 5일 서울 마포구 아현동 한국만화가협회(회장 권영섭) 사무실에 모여 당국의 무분별한 만화 말살정책에 대해 논의하고 절필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4일 밝혔다.

모 스포츠지에 만화를 연재하고 있는 한 작가는 “검찰의 만화 말살정책은 군사독재 시절에나 겪었던 표현의 자유침해 사례와 다를 바 없다”고 강조하고 “이에 대한 항의표시로 당분간 스포츠지에 만화를 그리지 않을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들은 서울국제만화축제에 참여하지 않거나 행사장에서 검찰의 조치에 항의하는 서명운동을 펼치는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빅점프’‘미스터블루’‘TWENTY SEVEN’ 등 성인 만화잡지 3종에 연재하는 작가 37명은 기자회견을 갖고 한달간 절필과 휴간을 선언했다.

만화업계는 또 서울국제만화페스티벌에 미국 일본 대만 브라질 등 세계 7개국 20여개사를 초청해 놓고 검찰의 사법처리 여파로 국내 만화가들이 불참,자칫 반쪽 행사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한국만화가협회 권용훈 사무국장은 “이번 행사는 만화산업의 인프라를 조성하고 만화의 대중적인 붐을 조성해 그 기반을 강화하려는 것이 목적”이라며 “그러나 가장 핵심이 되는 작가들이 이처럼 창작의욕을 박탈당하는 분위기에선 무의미한 행사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만화학회 임청산 회장(공주전문대 교수)은 “이러한 만화 탄압은 몇년전부터 만화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나선 정부 정책의 이중성과 허구성을 잘보여준다”면서 “만화의 경쟁력은 자유로운 상상력과 창의성에서 나오기 때문에 사후 심의로 위장된 검열과 마구잡이식 단속은 천적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조현석 기자>
1997-08-0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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