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예술단 「네가 마음을 보느냐」를 보고/이종호(특별기고)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기자
수정 1997-06-26 00:00
입력 1997-06-26 00:00
◎「가무악」이라는 새 형식의 변화 돋보여

서울예술단의 「네가 마음을 보느냐」(김나영 안무,20∼21일,예술의 전당 토월극장)는 두 측면에서 관심을 끈다.하나는 ‘가무악’이라는 공연형태상의 특징이고 다른 하나는 이 단체의 종전 작품들에 비해 안무와 구성방식이 매우 다르다는 점이다.

우선 가·무·악의 종합성을 내세운 것은 종종 잊혀지고 있는 우리의 전통공연양식과 정신을 상기시키려는 취지로 이해되지만,이 작품의 주축은 물론 춤이다.

우선 눈길을 끈 것은 과거와는 크게 달라진 안무방식이다.

지금까지 서울예술단의 무용작품들은 넓은 의미에서 보아 신무용계열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대체로 보기좋고 솜씨있는 춤,안정되고 무리없는 형식에 비중을 둠으로써 관객과 무난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일종의 안전판을 구축해왔다.대신 본격적 창작과 예술적 변신을 통한 자기개발의 노력은 상당부분 유보돼 왔던 것이 사실이다.

바로 그런 점에서 이번 작품은 이 단체가 모종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추측을 자아낸다.

가령 V자형으로 엎드린 군무와 그 정점에 있는 한 여인,은은한 징소리를 기점으로 평상심의 상태로부터 서서히 몸을 일으킬때의 느릿한 굴신,비껴가는 리듬에 각자 다른 자세로 조응하면서도 통일된 형상을 빚어내는 군무 등은 비록 전적으로 새로운 방식은 아니라 해도 이 단체로서는 의외로운 시도가 아닐수 없다.또한 춤사위들 장면에 따라 전통적인 것과 좀더 현대적인 것으로 배분함으로써 심리전개의 묘사에 효과를 냈다.



연주자들이 이따금 곁들여 보여준 연기동작,사설의 도입과 전통연회양식의 차용,그리고 음악과 춤사이의 명확하고 기능적인 상호관계 설정이 자칫 불투명하고 지루하게 느껴질수 있는 주제를 가시적인 수면위로 떠올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거기에 모든 출연자 사이의 분명한 역할분담이 보이지 않는 드라마를 비교적 수월히 파악하도록 도와줬다.이런 점에서 안무자는 무리하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것을 향한 것이다.

안전판위에서의 도약이 어느 지점까지 도달할지는 이제부터 관객과 평자들이 지켜보아야 할 부분이다.중요한 것은 제한된 성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이 단체가 변화를 꿈꾸고 있다는 사실이다.<무용평론가>
1997-06-26 1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