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돌아야 경제가 산다(사설)
수정 1997-02-25 00:00
입력 1997-02-25 00:00
방출된 돈이 금융기관에 묶여 있거나 외환시장으로 몰리면서 산업현장은 자금난이 깊어가고 있다.대출된 돈의 상당부문은 개인금고로 들어가는 이른바 자금의 퇴장화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지난 93년 8월 금융실명제 실시이후 잠시동안 화폐의 퇴장화현상이 나타났었다.당시는 금융당국이 통화공급을 늘려 시중의 자금난을 해소했었다.
한국은행은 한보사태이후에도 통화를 당초 계획목표치보다 훨씬 늘려 공급했지만 자금난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한보사태로 4천여개의 업체가 4천억원가량 피해를 보면서 이들 업체가 「부도망령」에 휘말려 있고 제2한보설까지 나돌면서 금융기관이 대기업이나 담보가 충분한 기업이 아니면 대출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결국 한국은행이 돈을 풀어도 은행과 종합금융회사 등에 돈이 머물러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원화환율이 급상승하자 대기업은 물론 자금여력이 있는 모든 기업이 외환시장에 뛰어 들어 달러사재기에 나섬에 따라 통화가 환수되는 역효과현상이 나타났다.또 한보사태이후 사채시장이 꽁꽁 얼어 붙어 있고 오는 5월 금융자산에 대한 종합과세를 앞두고 거액의 자금이 퇴장되거나 소비자금화하고 있는 점도 시중자금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더구나 한국은행이 환투기를 막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하자 통화긴축설까지 나돌고 있다.한은은 『통화를 긴축적으로 운용할 계획이 없다』고 22일 밝혔으나 시중의 불안심리를 해소하는데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정책당국은 한국은행에서 풀린 돈이 제대로 돌아가도록 각 은행의 여신심사위원회를 조기에 구성,신용대출을 대폭 늘리고 이 위원회의 결정에의해 대출된 자금이 부실채권화 할 경우 그 책임을 면제시켜 대출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 당국은 환투기의 재연으로 통화가 환수되는 일이 없도록 하고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긴급명령에 규정된 예금자 비밀보장을 철저히 준수,예금이 인출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1997-02-2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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