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의 신화」낸 연변작가 김학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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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6-12-12 00:00
입력 1996-12-12 00:00
◎“「진실규명­「모 수령 공격」에 고민”/무차별 반혁명 숙청·강제 수용소 고발/“조선족 동포에 좀더 따뜻할 수 없나요”

『32년째 캐비닛에서 썩어온 원고 한 뭉텅이를 출간하고자 했을때 께름칙한 기분을 완전히 털어버릴 수가 없었습니다.아직 하늘이 맑지 못하다고나 할까요.하지만 직업혁명에는 항시 모험이 따르는 법 아니겠습니까』

모택동 일당독재를 비판했다고 해서 중국에서 출판금지된 장편소설 「20세기의 신화」를 창작과비평사에서 최근 펴낸 연변작가 김학철씨(80)가 방한,기자들과 만났다.

「해란강아 말하라」「격정시대」 등의 장편과 자서전 「최후의 분대장」 등으로 우리에게 이미 잘 알려진 김씨지만 이 책은 작가 개인에게나 역사적으로나 그 의미가 심상찮다.대약진시기를 배경으로 중국 모택동시대의 무차별 반혁명숙청과 강제수용소 실상을 고발한 이 소설로 실제 작가가 반혁명현행범으로 낙인찍혀 작품을 탈고한 이듬해인 66년부터 10년 감옥생활을 포함,기나긴 시련을 겪은 것이다.

소설은 50년대말 모택동찬양시를 비판했다해서 「아리랑」출판사 편집인에서 졸지에 「인민의 적」으로 강등,강제수용소와 다를 바 없는 공산주의농장에 수용된 구일평이라는 지식인의 눈으로 그려진다.이곳에는 한결같이 어처구니없이 반혁명분자로 잡혀온 이들이 고단한 시대를 한숨짓고 있다.「막걸리 주막이 없어 재미없다」고 했다가 사회주의 중국을 남조선만도 못한 걸로 추화했다거나 소설에다 과부설움을 묘사했다고 사회주의 사회의 행복한 과부를 왜곡한 우파분자로 찍힌다. 복술쟁이의 점이 우연히 들어맞는 희곡을 쓴 이는 미신과 유심론을 제창했다고 몰리는 등 저마다 이현령 비현령식의 죄목을 걸고 있는 이들은 소여물에서 꽁깻묵을 골라먹는 빈곤에 시달리고 쌍심지를 돋워 서로를 감시하며 완전 인권말살의 삶을 이어나간다.이같은 내용을 담은 소설은 탈고하자마자 압수돼 지난 87년에야 되돌아왔지만 현지서는 아직 출판금지 딱지를 떼지 못하고 있다.



김씨는 『사람들이 굶어죽어나가는데 위대하다든가 모택동 만세 따위가 다 뭐냐.군대와 안전부와 감옥을 가진 신과같은 모수령을 공격한다는데 고민도 따랐지만 진실을 남겨야겠다는 일념이 더 앞섰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곳에 동남아 노동자들도 들어오는 판에 한핏줄 연변동포들을 좀 따뜻이 대해줄 수 없느냐』면서 연변사기피해같은 「최신모순」에도 관심을 늦추지 않았다.<손정숙 기자>
1996-12-12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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