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17인 정착에 관심갖자(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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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6-12-11 00:00
입력 1996-12-11 00:00
한가족 16명과 북한 안전원의 집단 탈북 대장정은 극적이었다.그들을 맞는 우리의 뜨거운 환영은 당연한 일이다.이 탈출은 어떤 유형의 「탈북」도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했다.그들은 탈출훈련을 받은 집단도 아니고 일정한 수준으로 구성된 특수집단도 아니다.모두가 건강한 것도 아니고 어린아기와 노인도 섞여 있는 그들이 일차 저지선이나 한두 관문만을 통과한 것이 아니라 지정학적으로 험하고 복잡한 지역을 뚫고 4천㎞에 이르는 대륙을 숱한 장애요인을 극복하고 통과해왔다.가능한 모든 다양하고 입체적인 조건을 고루 갖춘 이 탈출이 생각할수록 신기하고 놀랍다.

생존과 자유를 위한 일념 하나만으로 사선을 넘어온 그들을 보며 북쪽 동포들의 어려움을 새삼스럽게 상기는 우리는 안도의 기쁨에 환하게 밝은 웃음을 머금는 탈북가족의 표정이 더욱 대견하고 고맙다.

그렇기는하지만 그들이 안전하게 서울땅을 밟기까지 우리가 보인 무질서와 과열에 대해서는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우리에게는 그들의 탈출이 장거이고 영웅스런 용단이지만 외교관계에 있는 이웃에는 난처한 부담이다.이런 경우 비록 사실이라도 밝혀서 괜찮을 일이 있고 밝히면 누군가 선의의 피해를 당할수 있다.하물며 추측으로 난타하는 「소설」식 보도는 보통 위험한 일이 아니다.

결과적으로는 오보에 불과한 추측기사를 무책임하게 앞다투고,「관리의 뇌물」같은 미묘한 사안까지 대서특필하는 따위는 곤란하다.생명을 걸고 탈출을 기도하는 남은 동포에게도,이제 새로운 사회에 적응해야 할 탈북자자신들에게도 도움이 되지않는다.

이제는 탈북에다 큰 비중을 두는 보도의 시대도 지나갔다고 할수있다.그들과 더불어 우리모두가 「불행하지 않게 사는」일이 더 절실해졌다.그중에서도 이 17명의 대가족이 차분하게 정착할 수 있는 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1996-12-1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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