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클린턴 재선을 환영한다/예브게니 바자노프(지구촌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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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6-11-11 00:00
입력 1996-11-11 00:00
클린턴 대통령의 승리는 러시아로서는 매우 만족한 결과로 받아들여진다.그가 백악관에 있는 동안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20세기 어느때보다도 좋은 관계를 유지했기 때문이다.클린턴의 정적들은 그가 친러시아쪽에 기울어져 있다고 비난해왔으며 러시아의 개혁과 옐친에 대한 클린턴식 접근방식은 바뀔 만한 아무 이유도 없다.
클린턴의 입장에서 보면 옐친은 미국에 전폭적인 협력을 시작한 장본인이며 이데올로기의 산물인 냉전과도 거리가 먼 인물이다.두 사람의 개성뿐만 아니라 다른 요소도 미·러관계가 긍정적인 자취를 남기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무엇보다도 두 나라는 수십년간 계속되어온 대결양상에 지쳐 있으며 냉전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동시에 러시아는 미국,그리고 다른 서방과의 경제협력을 갈구하고 있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된다.서방세계의 입장에서 본다면 세계경제를 위해 러시아의 경제자원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양자 사이에 더욱 낙관적인 것은 민주적인 옐친주의자와 미국을 이간시켜놓을 사상적 이유가 이제는 사라졌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두 나라 국민은 상호적대감정,전쟁히스테리에 지칠대로 지쳐 있으며 이들은 보다 나은 삶을 요구하고 있다.정확히 옐친과 클린턴은 그들의 정력과 시간을 집중시켜야 할 국내적인 문제도 산적해 있다.
하지만 거대한 두 나라의 관계가 계속 평온할 거라는 얘기는 아니다.잘 알려진대로 크렘린과 백안관의 밀월관계는 92∼93년 사이에 절정을 이루었으나 그 밀월시대는 이제 마감됐다.상호 불화와 마찰·불신 등이 퍼져가고 있다.
결과적으로 두 나라의 관계가 냉각되어가고 있고 관계정립에 어떤 변화가 시작됐다.프리마코프 외무장관이 들어서면서 이같은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그는 전임자인 코지레프보다 아주 경험이 풍부하고 솜씨가 뛰어나며 실용적이면서도 신중한 외교관이다.대체적으로 러시아 엘리트로서 현외교정책을 이끌어나가는 데 성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크렘린의 기본정책은 언제나 같다.미국과의 관계는 우호적이고 협력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다만 러시아는이같은 협력의 차원은 변화되어야 한다고 느낀다.『미국과 전략적 동맹을 얻어내려고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라고 프리마코프는 지적한다.심리적으로 냉전이라는 유산때문에 전략적 동맹은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프리마코프는 『전략적 동맹은 러시아를 미국의 이익에 묶어두는 것이기에 러시아로서는 유해한 것』이라고 말한다.미국과 러시아의 이익이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프리마코프는 미국과 건설적이고 동등한 동반자관계정립을 제안한다.이를 위해 러시아는 러시아를 종속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바로잡아나가야 한다.미국이 지구상에서 유일한 지도국가로 남는 것은 안된다고 본다.세계는 다극구조이어야 하며 러시아도 다극의 한 국가로서 대국지위로 남아야 한다.이같은 목표를 위해 러시아는 외교정책을 다양화하길 원하는 것뿐이다.
러시아는 미국과 똑같이 중국과의 관계에도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중국정부가 옐친이 제안한 21세기 전략적 협조관계 구축에 긍정적인 반응을 하는 데 대해 러시아는 만족한다.러시아는 인도·라틴아메리카·중동·아시아태평양국가·유럽에 대해 똑같은 외교적 비중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다른 극구조와의 동맹에는 반대하지만 러시아가 세계정치의 한 독립된 핵으로 남아 있길 원한다.
미국과 서유럽과의 관계에 있어 모스크바는 무기경쟁의 제한등에 대처함에 있어 다른 국가와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쪽에서 협력하길 바란다.이해관계가 일치되지 않을 때 러시아는 새로운 대결국면을 만들지 않는 범위에서 러시아의 이익을 수호할 것이다.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러시아와 미국 사이의 불화는 그리 많지는 않다.하지만 이들 불화는 한반도문제를 비롯해 현존하고 있다.모스크바는 북한문제에 대해 미국으로부터 압력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동시에 러시아의 시각에서 보면 미국은 한국과 계속해서 안보협력을 유지하면서 한국을 지배하려 든다고 본다.바로 이같은 상황때문에 러시아는 한반도에 보다 정력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경쟁하는 것이다.
즉 러시아는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려 들고 4자회담 등에 참여하려고 하는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한반도에서 러시아와 미국 사이의 경쟁은 어떤 중대한 마찰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다.기본적으로 미·러 양국은 한반도평화와 안보,그리고 남북한의 건설적인 대화에 대해 같은 것을 원한다.양국은 북한에게 국제적 변화를 실현시키려 들지만 변화는 부드럽고 점진적이어야 한다.<러 외교아카데미 부원장>
1996-11-1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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