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의원,김씨 출국 직접 지시/이명박 수사 뒷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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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6-10-10 00:00
입력 1996-10-10 00:00
이명박 의원의 전 비서 김유찬씨가 이의원의 선거비리를 폭로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논공행상」에 대한 불만때문이었다.
김씨는 이의원의 당선에 크게 공헌을 했다고 스스로 평가,총선이 끝난 뒤 『5급 비서관직을 달라』고 이의원에 요청했으나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또 선거운동을 하면서 접대비 등으로 1천여만원의 술값을 빚졌지만 이의원이 지불을 거부한 것도 사이를 틀어지게 만들었다.
김씨는 이에 불만을 품고 사직서를 낸 뒤 이의원의 캠프를 떠났다.이후에도 정치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국회의원 회관을 기웃거렸지만 자신을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궁지에 몰린 김씨는 이의원의 비리를 야당에 알려주고 「대가」를 받아내기로 계획을 짰다.이의원과 함께 서울 종로구에 출마했다 낙선한 국민회의 이종찬 부총재를 대상으로 골랐다.
지난 8월23일 서울 중구 태평로의 N호텔 사우나 휴게실에서 이부총재를 처음으로 만나 폭로 뒤의 신변보장과 3억원을 요구했다.
이 부총재로부터 『당 차원에서 돈을 마련토록 하겠다』는 확답을 들은 뒤 이의원의 선거비용 지출내역을 건네줬다.폭로 하루전인 지난달 9일에는 경기도 일산의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 집을 찾아가 인사를 했다.『좋은 일을 한다』는 격려도 받았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그러나 이 부총재로부터 약속한 돈을 한푼도 받지 못했다고 진술했다.교통비 등 명목으로 40여만원을 받은 것이 전부라고 주장했다.
한편 김씨의 폭로 직후 이의원은 『(김씨가) 해외로 나갔으면 좋겠다』,『돈이 필요할텐데 줄 돈이 있느냐』고 측근들에게 말하는 등 김씨의 도피를 적극적으로 지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총선 당시 이의원의 회계책임자로 지난 달 15일 홍콩으로 김씨를 출국토록 한 이광철씨는 당시 일본 오사카행 표를 따로 끊은 뒤,탑승구로 나가 김씨의 출국을 확인하기도 했다.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이씨의 출국정지를 관계기관에 통보했으나 『이미 일본으로 나갔다』는 회신을 받고 이씨를 붙잡아 추궁한 끝에 이의원의범인도피 혐의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이의원측은 용의주도하게 해외도피를 추진했으나 결과적으로 「자충수」를 둔 셈이 됐다.〈박은호 기자〉
1996-10-1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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