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생중계(외언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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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6-08-08 00:00
입력 1996-08-08 00:00
전처와 그녀의 남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던 미식축구 스타 O J 심슨에 대한 재판은 「세기의 재판」으로 지칭될 만큼 온 미국의 이목을 집중시켰다.94년 여름부터 15개월동안 이 흥미진진한 재판 드라마가 진행되는 동안 CNN을 비롯한 몇몇 TV방송은 미국에서도 별로 유례가 없는 재판 생중계를 통해 높은 시청률과 함께 엄청난 광고수입을 올렸다.언론은 이를 「심슨 특수」라고 불렀다.

1995년 10월3일.드디어 심슨의 유·무죄를 가름하는 평결이 생중계되는 동안 대부분의 미국 가정과 상점들은 TV를 켜놓고 지켜보았다.전력수요가 급증했고 거리는 한산했다. 뉴욕증시 거래량과 시외전화량은 평소의 절반이하로 감소했다.무죄평결 결과가 나오자 워싱턴 포스트를 비롯한 미국언론들은 걸프전 발발이후 처음으로 특별호외를 만들어 뿌렸다.뉴욕 상품시장에서는 거래자들이 『O J』를 연호하는 바람에 거래가 10여분간 중단됐다.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대통령에 대한 역사적인 선고공판을 지켜보는 우리나라의 표정은 어떤 것일까.심슨 평결때의 미국 못지않게 뜨거운 관심이 분출할 것 같다.

전·노씨 사건 담당재판부는 오는 19일의 선고공판에 대해 우리 사법사상 처음으로 TV생중계를 검토중이라고 한다.성공한 쿠데타를 단죄하는 이번 재판의 역사적 의미에 비춰볼 때 생중계는 검토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본다.그동안 이 사건과 관련하여 재판부가 법정촬영을 허용한 것은 단 두차례.지난해 12월18일 노씨 비자금사건 첫 공판과 지난 3월11일 12·12 및 5·18사건 첫 공판 뿐이었다.그 바람에 일반국민들은 한여름에도 긴소매가 달린 솜옷을 입고 있는 전·노씨의 모습이 담긴 재탕화면이나 사진 밖에 접할 수가 없었다.

재판의 생중계에 대해선 찬반양론이 있을 수 있다.법정공방의 일거수 일투족이 안방에 전달됨으로써 다시 없는 공민교육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긍정적 측면이라면 법정의 권위를 실추시킬 우려가 있다는 것이 부정론이다.그러나 명판결을 내린다면 생중계의 부정적 측면은 신경쓸 필요가 없을 것이다.<김호준 논설위원 실장>
1996-08-0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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