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채연석 항공우주연 책임연구원(굄돌)
기자
수정 1996-07-10 00:00
입력 1996-07-10 00:00
식사때 아버지께서 남기신 밥을 먹는 것도 큰 특혜였던 시절이었다.그때 밥을 먹으며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밥속에 들어있는 쌀과 보리는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에 보리밥을 먼저 먹으면 나중에 쌀밥을 먹고 처음에 쌀밥을 먹으면 나중에 보리밥이 나왔다.때문에 처음에 밥그릇을 받았을 때 쌀밥이 보인다고 좋아할 필요가 없었다.왜냐하면 나중에 보리밥이 나오니까!
어렸을때 우리집은 식사 규율이 엄했다.형님들이 여러분 계셔서 맛있는 반찬에 계속해서 몇번씩 손이 가면 형님의 불호령이 떨어졌다.고기 한번 집어 먹으면 다음에는 김치,그리고 나물 등 고기가 가까이 있다고 고기만 먹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우리들의 인생살이도 이런 것 같다.우리가 평생먹을 수 있는 밥상은 이미 차려져 있는 것 같다.그리고 밥상 위에는 맛있는 음식,매운음식,쌀밥,보리밥 등등이 골고루 차려져 있고 스스로 알아서 평생동안 먹으며 살아간다.
우선 먹기 좋다고 어렸을 때나 젊을 때 쌀밥을 다먹어 치우면 나이먹어서 보리밥에 맛없는 반찬만 먹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누구에게나 좋고 높은 자리에 있을 수 있는 시간도 정해져 있어서 젊었을때 높은 자리에 있다고 뽐낼 일도 아니다.왜냐하면 시간이 지나면 낮은 자리로 옮겨야 하는 것이 인생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동안 자기가 먹은 음식이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을 해보면 밥상에 아직 남아있는 음식이 무엇인지 짐작이 가듯이 지금까지 맛없는 반찬에 보리밥이나 찬밥 혹은 미역국을 많이 먹은 사람들에게 앞으로 남은 것은 많은 좋은 일들일 것이다.
1996-07-1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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