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중기에 매각 바람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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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6-07-07 00:00
입력 1996-07-07 00:00
◎민영화 앞두고 「재벌 인수」 반대 목소리/경제력 집중·독과점 방지 장치 필요

「거대 공기업들의 재벌매각은 바람직한가」

한동안 주춤했던 공기업 민영화문제가 또다시 뜨거운 감자가 됐다.

정부의 조기민영화 방침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민영화보고서 발표를 계기로 재벌그룹들이 민영화에 적극 나설 채비다.

재계는 KDI의 「민영화보고서」에 매우 고무돼있다.『경쟁력강화와 경쟁촉진을 위해 경제력 집중억제정책에 역행하지 않는 범위에서 재벌의 공기업 인수를 허용해야 한다』는 보고서의 대목을 유리하게 해석,단독지배를 인정하는 민영화로 해석하고 있다.그룹별로는 한국중공업 인수에 삼성 LG 쌍용 한라가,한국가스공사에는 LG 선경 한화 현대 쌍용 등 정유회사를 갖고 있는 그룹이,담배인삼공사에는 선경과 롯데가 군침을 흘리고 있다.

그러나 재정경제원이나 공정거래위원회 등 당국의 생각은 다르다.재벌의 경제력집중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거대 공기업들이 재벌로 넘어갈 경우 부의 편중과 독과점 심화라는 경제의 부작용을 증폭시킬 수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KDI 연구보고서는 어디까지나 연구차원일 뿐 정책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재경원 고위당국자는 『조기 민영화로 가닥이 잡힌 담배인삼공사만 해도 아직 범위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5대나 10대그룹의 참여를 제한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많다』며 『KDI의 보고서 역시 거대 공기업의 재벌지배를 인정하라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통상산업부 관계자도 가스공사 민영화와 관련,『가스는 물이나 전기와 같이 공공성이 높은 재화로 특정재벌에게 넘어갈 경우 바로 독점을 의미한다』며 『가스공사의 재벌매각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잘라말했다.

중소업계도 재벌의 기업팽창이 여전하고 재벌의 소유분산이 요원한 상황에서 거대 공기업의 매각에 재벌이 참여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상희 중소기업협동조합 중앙회 회장은 『재벌에 공기업인수를 허용해야 한다는 KDI보고서는 정부의 경제력 집중억제 정책과 어긋난다』고 밝혔다.박회장은 『이같은 발상은 자칫 잘못하면 신종 수의계약인 민간기업의사회간접자본(SOC)건설 참여와 맞물려 경제력 집중을 심화시키게 될 것』이라며 『정부는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 컨소시엄이 공기업을 인수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기업의 재벌매각이 가져올 결과는 불보듯 뻔하다.경제력 집중을 해소하려는 정부노력에도 불구,경제력집중이 오히려 심화되고 있는 것이 하나의 증표다.

30대 재벌의 계열사는 현재 6백68개사로 1년새 무려 45개사나 늘었다.한계기업 정리라는 그들의 다짐과 달리 기업인수·합병으로 계열기업을 끝없이 늘려나가고 있다.재벌 총수와 총수의 친인척,관계회사의 지분율을 합친 내부지분율도 지난 해 43.3%에서 올해에 44.1%로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공기업민영화를 추진하면서 효율성만 강조할 경우 경제력집중과 독과점구조 심화라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권혁찬 기자〉
1996-07-0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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