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특급 놓칠라” 일 전방위외교 가동/빨라진 대북접촉 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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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6-04-27 00:00
입력 1996-04-27 00:00
극동지역에 「북한러시」가 일고 있다.한국의 총선거가 끝나면 「북한특급」이 출발할 것으로 어느 정도 예상돼 온 터이지만 속도와 방향은 예단을 허락하지 않는다.

일본도 북한특급을 놓치지 않으려한다.일본은 4자회담 논의의 장에서 제외돼 있지만 그렇다고 소매속에 손을 넣고 기다리는 것은 아니다.손발과 눈과 입이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

우선 일본은 방한단을 파견해 북한과의 접촉문제에 대해 운을 뗐다.김영삼 대통령과의 면담결과 한국측은 「남북관계를 앞지르는 대북한 접촉자제」에 체중을 실은 반면 일본측은 한국으로부터 대북한접촉에 기본적인 이해를 얻었다고 간주하고 있다.

이들이 돌아오자 곧 사민당은 북한의 대일본접촉 실무자인 이종혁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을 초청했다.기다렸다는 듯 즉각 반응이다.김용순의 초청설도 나오고 있다.사민당의 초청을 하시모토 류타로 총리는 25일 하오 보고를 받고 승인했다.연립여당 3당의 초청이 된 셈이다.

이에 앞서 일본정부는 지난 3월 외무성 북동아 과장을 북경에 파견,국교정상화교섭재개 정지작업을 한 차원 높여 진행시킨 바 있다.

그뒤 북한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 무장병력을 진입시켰고 4자회담이 발표됐다.하시모토 총리는 클린턴 대통령과 정상회담때 『3월중순 비공식 접촉을 행한직후 북한이 비무장지대에 침입하는 등 일련의 움직임을 벌였다.본교섭을 움직여 나갈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일본정부의 움직임이 신중해질 것이라는 점과 함께 지금까지 벌여온 실무선의 정지작업 등은 지속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대일본 경제접촉 실무자인 이성록 국제무역촉진위원회 회장의 방일도 예정돼 있다.그의 방일은 북한과의 경제교류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기업인으로 구성된 동아시아무역연구회의 초청 형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이쯤되면 양국의 접촉무대에는 정부로부터 당·경제관계자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출연자가 등장하는 셈이다.이성록은 국교수립 전 무역협정에 갈음해온 「일본상품거래조건」을 개정해 양국의 경제교류를 촉진시키려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또 최근 일본기업들이 국교정상화에 따른 청구권자금등과 관련,북한쪽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회장의 방일시 기업들과도 활발한 접촉을 시도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신중론도 있다.외무성의 고위관계자는 25일 『하시모토 총리가 클린턴 대통령에게 설명한 내용을 변경할 상황이 아니다』라면서 교섭재개를 위한 환경이 정비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그는 이어 『4자회담이 열릴 것인가 아닌가가 하나의 요소』라고 말해 당분간 북한이 4자회담에 응하는가 여부를 지켜볼 것임을 분명히 했다.

정부의 다소 신중한 입장과 속도감을 띠고 있는 「외곽을 두드리는 노회한 접근」이 병존하는 양상이다.일본으로서는 입석권으로라도 북한 특급을 타기만 하면 그 다음에는 한반도 남북에서 4자회담 참가자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계산하고 있음직하다.〈도쿄=강석진 특파원〉
1996-04-2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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