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의 한반도 문제/이건영 뉴욕특파원(오늘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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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6-04-13 00:00
입력 1996-04-13 00:00
15개 안보리이사국들은 모두 북한측의 행동이 한반도의 안정에 심각한 위협을 주고 있다는 데는 진단을 같이 했다.중국도 전적으로 동감했다.그러나 이같은 공통의 의견을 어떻게 표출시키느냐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였다.전원합의가 필요한 의장성명이냐,한단계 격이 낮은 대언론성명이냐의 처방이 문제였다.독일같은 유럽국가들은 「응분의 단호한 시그널」을 주문했고 이집트등이 동조했다.한국의 박수길대사가 이를 위한 분위기를 잡아나간 것은 물론이었다.
중국은 그러나 『안보리에 갖고 오는 것 자체가 한반도 평화발전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라며 반대의견을 피력했다.북한측의 이번 행동에 관한한 외면적으로는 「일상태도」로 일관해온 미국도 의장성명이란 말은 피하면서 「상응조치」라는 말로 대신했다.미국과 중국의 소극적이거나 유보적 태도는 한반도문제가 자신들에게는 그만큼 「뜨거운 감자」임을 보여준 셈이다.남북한을 모두 「굿 네이버」(좋은 이웃)라고 칭한 중국은 우리측과의 사전접촉에서 『북한의 과거습성상 더욱 반발할 우려가 있다』면서 우리측의 안보리상정 노력을 말렸으며 미국은 『한국이 미국을 코너로 몬다』고까지 했다는 것이다.결국 대언론 성명채택으로 낙착이 될 수밖에 없었고 성명 말미에는 남북 현안의 남북한 직접대화 대목이 의미심장하게 자리잡았다.
우리 대표부는 최저 목표선이 이뤄져 만족한다는 표정이었지만 한반도사태에 대한 양대 관련국들의 「과민」시각 때문에 의미가 다소 축소전달된 감이 없지 않다.문서성명이 아닌 구두성명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렇지만 그토록 민감한 문제를 우리 힘으로 안보리 무대에까지 끌고왔다는 것 자체가 「성공」이라는 생각도 든다.우리가 안보리 이사국이 아니었다면 어려웠을지도 모르는 이야기다.중국의 대만해협 무력시위 당시 안보리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유념해야 할 것 같다.〈유엔본부에서〉
1996-04-13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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