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 문화(외언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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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6-03-13 00:00
입력 1996-03-13 00:00
우리는 어떤가.빡빡한 시간,약속이라는 개념이 유유자적하는 영농사회문화의 선비기질과는 걸맞지 않는 때문인지 예약문화는 아직도 어색한 외국의 문화정도로 치부되는 것 같다.
국무총리 행정조정실은 지난2월 국민생활 질서계획 10대 중점과제의 대표적 사업으로 「예약문화정착」을 지정하고 실천사업으로 병원진료예약제를 시행토록 했다.그런데 그 결과는 실망적이었다.서울 중앙병원은 하루 평균 7백여명이 전화로 진료예약을 하지만 그중 25∼30%가 예약을 지키지 않아 병원측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하루 1천여건의 전화예약을 받는 삼성의료원은 17명의 전담직원을 두고 일일이 확인전화까지 하고 있지만 그래도 10%가 약속을 지키지 않아 고민이라는 얘기다.
비단 병원예약 뿐인가.한 사람이 몇개 노선 항공편을 마구잡이로 예약해놓고는 나타나지도 않는 소위 「노 쇼우」가 비일비재여서 신용카드 예약의 경우 일정액의 페널티를 부가하는 제도가 도입됐다.호텔,콘도미니엄 예약도 「예약 부도」가 병원의 경우에 뒤지지않다는게 업계의 호소다.
약속과 시간지키기에 정부까지 나서고 사회의 여러 제도와 하드웨어는 정신없이 앞서가고 있는데 일반의 약속에 대한 책임감,시간의 소중함에 대한 인식은 제자리 걸음이다.지구촌은 코리안 타임 후손들의 약속과 시간에 무책임한 팔자걸음을 봐줄만큼 여유롭지 않다.<황병선 논설위원>
1996-03-1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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