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의 유럽시장 진출 현황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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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6-01-01 00:00
입력 1996-01-01 00:00
유럽시장을 향한 한국기업의 진출이 날로 가속화되고 있다.한국이 유럽지역에 성큼 다가선 것이다.
현지에 진출한 우리기업들의 이미지는 대단히 만족스럽다.삼성항공에서 만든 ECX-1 콤팩트 카메라는 영국에서 히트상품에 선정돼 「삼성」을 영국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키는데 성공했다.「싸구려」나 일본산의 「아류」라는 이미지를 탈피하는데 성공한 예다.반도체 컴퓨터 비디오 캠코더 테이프 등은 「일류상품」으로 거론되며 TV와 VCR 등 전자제품은 일제,독일제와 대등한 것으로 평가된다.또 반도체는○일본산 「아류」탈피 일류제품 발돋음
「고급품」으로 인식돼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 95년 1월 핀란드와 스웨덴·오스트리아를 가입시켜 회원국수를 15개로 늘렸다.그결과 EU의 인구는 3억5천만명에서 3억6천8백만명으로 약간 커졌지만 면적은 1.5배가 증가했다.역내 총생산도 6조8천7백억달러에서 7조5천억달러로 7천억달러 가까이 늘어나면서 세계 최대의 경제권으로 부상했다.1인당 국내총생산(GDP)1만3천달러 이상이 넘는 고급소비자 시장이 형성된 것이다.
궁극적으로 EU는 서유럽과 동유럽 및 지중해권 국가들을 하나로 묶어 명실상부한 자유무역지대를 창설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유럽 16개국,구동구권 10개국 및 지중해권 12개국 등 약 40개국 8억명이 포함된 경제권을 꿈꾸는 것이다.
이미 시장통합은 시작됐다.93년 마스트리히트 조약에 따라 국경개방과 정보공유를 골자로 하는 셍겐조약이 지난 해 3월 발효돼 단일시장이 출범했다.15개 회원국중 독일·프랑스·스페인·포르투갈·베넬룩스 3국 등 7개국간 사람과 상품,자본과 서비스의 자유로운 왕래가 보장된 것이다.공항검색과 국경검문이 사라져 국경의 교통정체가 사라졌다.
유럽인들은 셍겐조약을 EU의 경제적 주도권 확보와 미국·일본에 뒤진 경쟁력 회복을 촉진할 「포석」으로 받아들여왔다.역내 국가간 교역이 회원국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평균 60%에 이르는 현실에서 이 조약의 발효는관세 등 각종 장벽을 제거하는 효과를 가져왔다.반면 비회원국들에는 배타성을 띠어 또 다른 「비관세 장벽」이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인접국 우회수출 관세장벽을 제거
그것은 역외국가인 한국에도 예외는 아니다.한국의 대 EU 교역비중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그에 맞춰 우리기업들의 EU진출도 증가하는 추세다.삼성·대우·현대 등 일부 대기업들은 단순 수출에 머물지 않고 현지 생산공장과 현지법인 설립을 통해 EU역내 각종 규제를 피하고 인접국으로의 우회수출을 꾀하기도 한다.그 결과도 현재까지는 만족스런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리기업의 진출은 유럽의 「만성적인」실업해소 및 고용증대와 묘한 연관관계가 있다.
유럽의 경제는 내년과 97년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유럽집행위가 최근 발표한 95∼97년 EU경제전망에서도 2.7∼3%의 성장이 예측됐다.회원국 평균 10%선의 실업이 해소된다는 가정하에서 이뤄진 「전망」이었다.
집행위는 지난 94년 11.4%로 최고치에 도달한 실업률이 97년중 9.8%로 축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이는 96년과 97년에 해마다 2백40만명씩 신규고용이 창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1천8백만명에 이르는 실업자를 흡수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고용증대를 통해 두자리 숫자의 실업률을 낮추려는 EU 회원국들은 해결점을 외국인 투자에서 찾고 있다.영국 클리브랜드시는 56만 시민중 12%에 이르는 실업을 해소하는 방편으로 인접 티즈사이드에 들어서는 삼성전자에 온갖 특혜를 제공했다.클리블랜드시에만 한정된 현상이 아님은 물론이다.실업해소를 통해 역내 국가간에도 치열해지는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력을 확보하자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우리기업은 지난 94년말 현재 유럽 19개국에 3백64개 업체가 진출해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각 기업체의 지점을 합치면 4백50개가 넘는다.
진출시기별로는 지난 54년 한진해운이 영국에 처녀진출한 이래 60년대 4개 업체,70년대 57개,80년대 1백20개 업체가 각각 진출했고 90년대 들어서 4년만에 80년대 전체 진출숫자 보다 많은 1백29개업체가 상륙했다.90년도 해외진출의 특징은 한국산 제품의 대리점이 아닌 현지공장이나 법인설립이 증가했다는 점이다.폴란드의 경우 34개업체중 25개가 현지법인과 공장이다.
○색상·디자인 낙후 마무리 신경써야
그러나 우리기업은 지역별로 영국과 독일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영국과 독일에는 각각 1백1개사와 78개사가 집중돼 전체의 절반을 차지한다.이밖에 러시아와 프랑스에도 비교적 많이 진출해 각각 36개사와 24개사에 이른다.이들을 유인한 「미끼」는 나라별로 편차가 있긴 하지만 투자자에게 투자총액의 일정부분을 지원금 형식으로 주는 투자보조금제도이다.영국과 독일에 진출한 삼성전자와 삼성전관의 경우 진출결정에 이 제도가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끝마무리 부족과 색상 및 디자인의 낙후로 푸대접을 받는 제품도 많다.최근 국제리서치협회(INRA)가 고급승용차·중급차·가전제품 등 13개 항목에 대해 품목별로 세계 최우수 생산국을 선정한 자료에서 한국이 5위안에 들어간 항목이 없다는 점은 우리기업의 나갈 바를 시사해준다.삼성·대우·LG등의 한국산 가전제품이 유럽대륙에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지만 유럽인들은 여전히 가전제품 분야에서 일본을 최우수 국가로 지목하고 있는 것도 그때문 이다.
이와 관련,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런던 무역관 관계자는 『우리기업 성공의 열쇠는 현지화』라면서 ▲기업이윤의 지역사회 환원 ▲동종업종의 지역편중 투자지양 ▲기술 및 경영혁신을 통한 건전한 기업문화 창조로 우리기업의 이미지를 새롭게 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박희순기자>
1996-01-01 4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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