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기름은 「술상무」 필수품으로?(박갑천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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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5-09-04 00:00
입력 1995-09-04 00:00
이와함께 생각나는게 김유정의 단편 「동백꽃」이다.젊은날 읽으면서 고개 갸웃거렸던 작품.서낙한 마름집딸 점순이와 주인공의 몸이 겹쳐 쓰러지는 장면을 이렇게 그리고 있던것이 아닌가.『…한창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속으로 폭 파묻혀버렸다』 갸웃거려지기는 그다음도 마찬가지.『알싸한 그리고 향깃한 그 내움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듯이 왼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색깔은 노랗고 알싸한 「내움새」가 나는 동백꽃이라니.더구나 「폭 파묻혀버릴」 정도라면 땅딸막한 좀나무(관목)거나 풀꽃이 아니겠는가.강원도쪽에는 그런 동백도 있나보다 했다.동백의 고장에서 나고자란 내가 아는 동백은 그게 아니었기에.동파 소식이 『붉은빛이 불꽃같이 눈속에 피었구나』(난홍여화설중개)고 읊은 그대로 늘푸른 큰키나무의 남녘 동백꽃은 빨갰다.
청마가 그린 색깔이 그렇듯이 나와 고향이 같은 박성룡 시인 또한 소동파의 감각.겨울방학하고서 무릎까지 빠지는 눈길을 걸어 큰댁에 가면 대숲속 늙은 동백나무는 「숯불같은 불을 피워」 맞아주었다고 그는 표현한다.김유정의 동백꽃과는 아무래도 다르잖은가.김유정이 말한 동백은 녹나무과의 갈잎좀나무를 이르는 것이었다.세월이 흐른다음 해설서를 읽고서야 그 사실을 알게된다.
동백은 속된 이름이고 본디는 산다라 한다고 문일평은 「화하만필」에 써놓고 있다.그 잎이 차나무잎과 같아서 붙은 이름이라 한다.「아언각비」에는 또 봄에 피는것을 춘백이라 하는데 해남의 대둔사(대흥사)에 이 나무가 많다고 덧붙인다.
그 꽃이 이운다음 맺은 열매는 아기주먹만 하다.옛아낙네들은 그 열매에서 짠 기름을 머리칼에 발랐다.향내와 함께 반질반질 윤이 흐르던 할머니 머릿결이 떠오른다.머리칼이 상하거나 빠지지않게 보호하면서 비듬·가려움증·살갗염증 다스리는 구실까지 했다는게 동백기름의 효능.한데 그걸 술마시기전에 먹으면 술에 취하지 않는다고 일본교토(경도)대학의 요시카와교수가 밝히고 있다.
몰라 그렇지 또다른 효능도 있는것이리라.지난날 아낙네 머리치장에 쓰인 동백기름은 세월이 흐른 이제 「술상무필수품」으로 얼굴을 바꾸는가.
1995-09-0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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