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50돌과 나라말/송상옥 소설가(굄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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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5-08-24 00:00
입력 1995-08-24 00:00
어떤 형식의 모임이건 국제회의 성격을 띤 장소에서 자기나라 말을 공식어로 쓰게 하려고 애쓰는 사람들은 언제나 프랑스 대표들이다.그 때문에 그들이 주최측과 티격태격 하는 걸 흔히 볼 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외국어를 너무 남발하고 있다.열 몇해 미국에서 지내다 돌아온 내가 가장 의아스럽게 여긴 것도 이 점이다.누구나 외국에서 오래 살다보면 오히려 자기 것을 찾고 귀하게 여기게 된다는 상투적인 말을 하려는게 아니라,우리의 외국어 남발이 너무 지나치다는 말이다.
여기서 하나 하나 나열할 것도 없다.거리에 나가면 금방 눈에 띄는 가게 이름,화려한 선전판의 상품,기업체 이름은 물론 담배·술·신문광고…책방의 여성잡지 진열대에 가보면 숫제 가관이다.제호로 봐선 어느나라 것인지분간이 되지 않는다.
또 부자연스러운 합성어는 어떤가.휴대전화를 굳이 「휴대폰」으로,긴 다리면 될 것을 왜 꼭 「롱 다리」라고 해야하는가.이런 현상은 국제무대에서 「외국어 후진국」상태를 벗어나려는 우리의 노력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 것이다.
여성지의 경우,외국 이름을 붙여야 세련돼 보이고 잘 팔린다고 주장하는 잡지사 측은,아름답고 고운 우리말을 찾아 붙이려는 노력을 조금이라도 기울여봤는지 궁금하다.
「국민학교」를 「초등학교」로 바꾸는데 50년이 걸렸다.이제 우리말을 가꾸는데도 정성을 쏟을 때다.프랑스 사람들의 10분의 1만큼이라도.거기에는 시한이 있을 수 없다.
1995-08-2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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