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인연/문희자 시인·서울대어학연(굄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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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5-03-22 00:00
입력 1995-03-22 00:00
그러나 그는 계속해서 공부를 했다.시험칠 때마다 만점을 받을 뿐만 아니라 말도 곧잘 했다.그런 그가 하도 신통해서 나는 그에게 하루 몇시간 공부하느냐고 물었다.밥 먹고 화장실 가는 시간을 빼고 밤 열한시까지 공부한다고 했다.나는 깨달았다.이렇게 공부해야 되는 것이 외국어구나 하고.미국에서 십년을 살았어도 말을 못하는 것은 영어가 어려워서가 아니라 공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모니카의 편지는 대충 이렇다.몇년을 기다려도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된 그들 부부는 아이를 입양하기로 했다는 것,그리고 그 아이는 한국 아이로 결정했다는 것,그것은 한국 아이들이많이 스웨덴으로 입양되기도 하지만 한국에 일년 살았다는 것,또 어렵게 배운 한국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외국에 가서 그 나라의 말을 배우는 일은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다반사로 일어나는 일이다.모니카가 한국에 온 것도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다 어쩌다 오게 되었는지 모른다.그러나 그가 한국에 온 것이 계기가 되어 한국 아이의 부모가 되어 한국과 인연을 맺고 한평생을 살아갈 것이라고 생각하니 어쩐지 숙연해진다.한국 아이를 입양하게 됐다는 소식이 대단해서라기보다 인간의 인연은 이런 것인가 싶어,나는 가슴 찡함을 느꼈다.
1995-03-2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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