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세계화」가 필요한 곳/이도운 정치2부기자(오늘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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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11-29 00:00
입력 1994-11-29 00:00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세계화 정책」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이 시점에서 왜 갑자기 세계화가 강조되고 있으며,지금까지 내세워온 국제화와의 차이는 무엇이냐는 얘기도 들린다.

28일 열린 국회 외무통일위원회에서도 민자당 의원들에 의해 이 문제가 제기됐다.이만섭 의원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회의가 끝난뒤 갑자기 세계화란 용어가 유행됐는데 도대체 국제화와의 개념 차이가 무엇이냐』고 한승주 외무장관에게 물었다.이 의원은 더 나아가 『대통령이 한마디 하니까 각 부처가 경쟁적으로 법석을 떠는 인상인데 오히려 정부 정책에 혼란을 가져오는게 아니냐』고 꼬집기도 했다.

얼마전 외무부 직원들의 세계화에 대한 「무성의한」 발언 때문에 이미 한차례 곤욕을 치렀던 한승주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의원들의 질문이 있을 것을 예상한 듯했다.미리 준비한 메모를 보아가며 「세계화의 의미」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시도했다.

한 장관은 ▲평화·인권·군축·환경등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가치를 추구하고 ▲외국과의 관계에서 피해의식을버리고 상호의존적 협력을 받아들이며 ▲선진화된 관행을 국내에 정착시키는 정책 ▲정부 조직의 개선 ▲언어와 국제 문제를 이해하는 개인의 능력등을 세계화의 모델로 제시했다.

그러나 한 장관의 설명이 의원들을 충분히 설복하지는 못한것 같았다.의석에서 『그런 식으로 세계화를 하면 외교정책에 발전이 오나』라는 불만의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한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세계화의 의미를 조목조목 설명할 필요는 없었을 것 같다.세계화든 국제화든 우리나라를 선진화하려는 노력을 표현하려는 말임에 틀림 없기 때문이다.용어를 정의하는데 정력을 소모할 필요가 없어 보였다.또 의원들도 그 뜻을 몰라서 묻는 것은 아니었다.그런 의원들에게 강의하듯 의미를 심어주려 해봤자 달가운 반응을 얻기는 애초 불가능한 일이었다.한 장관은 차라리 의원들에게 『정치권도 세계화에 동참하라』고 촉구하는 편이 나았을 것 같다.

최근 정치권은 온통 「12·12 기소」를 둘러싼 여야간 정치공방,부천시 세금 횡령등 과거의 사건에 묻혀있는 것 같다.그러나 그런와중에서도 내일을 준비하는 노력은 필요하다.용어의 정의가 두부 모 자르듯 명확하지는 않지만 세계화란 정치권을 포함한 우리 모두가 바로 내일을 준비하는 노력이기 때문이다.<이도운기자>
1994-11-2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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