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의 한·일전/박정호 일본주재 문화원장(굄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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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11-26 00:00
입력 1994-11-26 00:00
지난 6월27일 아침에는 공연히 마음이 들떠 있었다.스포츠관람을 즐기는 나로서는 이날 펼쳐진 월드컵축구 예선 마지막 경기 한국·독일전은 놓칠 수 없는 한판 승부였다.출근길 습관대로 FM라디오를 틀었더니 마침 한·독전 전력분석 및 예상이 대화방식으로 소개되고 있었다.일본의 아나운서들은 한결같이 한국의 선전분투를 높이 평가하면서 아시아대표로서 16강에 진출하길 기대한다는 격려로 매듭지었다.나로서는 비록 인사치레(다테마에)라 할지라도 기분좋은 아침이었다.

「숙명의 라이벌」한국과 일본은 10월11일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준준결승에서 대결하게 되었다.한국에 TV가 없던 시절,지고있는 게임조차 아나운서들의 애국심탓으로 실제로는 이긴 경기인데 심판때문에 졌다는 식의 라디오 중계가 간혹 있었다.

이날의 일본측 TV중계는 바로 그러한 중계를 생각나게 할 정도로 일본응원의 일방적인 내용이었다.

종료 1분전의 페널티 킥.한국은 이겼고 일본은 졌다.아나운서는 열을 내면서 페널티킥의 부당성을 강도높게 지적하려는 듯 했다.그러나 다음순간 내 귀를 의심할 만한 대답이 들려왔다.

NHK해설자 『페널티 킥은 줄 수도 있고 안줄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페널티 킥을 준 것은 전적으로 심판의 재량에 달려 있으므로 합당한 판정이라고 봅니다』

일본팀 주장 『우리가 실력이 달려서 졌습니다.더욱 노력해서 다음에는 좋은 경기를 해 보이겠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이제 전후 반세기라는 의미 깊은 해를 맞이하게 된다.한국에겐 식민지의 치욕으로부터 벗어난 광복 50주년 기념의 해가 되고 일본에겐 패전후 50년이라는 반성의 해가 된다.이러한 역사적 배경속에서 앞으로도 많은 분야에서 한·일전은 계속 펼쳐지게 된다.

전후 50년이라는 또 하나의 계기가 역사에 대한 겸허한 반성과 함께 앞으로의 모든 한·일전을 보다 성숙되고 건설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1994-11-26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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