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체제」/한 외무·이붕총리 공개언급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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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11-05 00:00
입력 1994-11-05 00:00
◎「2+2」 방식 공론화/중,「한국역할 중요」 선회… 산전 교감 추측/북,“미의 직접체결” 노선 재검토 불가피

북·미 제네바합의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기류가 급격한 변화국면에 접어들면서 한반도 휴전체제를 새로운 평화체제로 바꾸는 문제가 본격 논의될 조짐이다.

4일 한국을 떠난 이붕중국총리,그리고 한승주 외무장관이 그동안 공식언급을 꺼려오던 평화체제에 대한 각기 입장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밝히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붕총리는 4일 제주도에서의 이한 기자회견을 통해 『평화체제를 수립하는데 남북한을 포함한 관계각측이 참여해야한다』고 한국의 「역할」을 처음으로 언급해 주목을 끌었다.

이는 기존의 북한·중국의 입장과는 큰 차이가 나는 것이다.즉 북한은 그동안 북한과 미국 양자간 평화협정만을 강조해왔고 중국은 이같은 북한의 입장을 여러측면에서 지지해왔기 때문이다.평화협정체결과 관련한 중국의 입장변화는 좀 더 두고봐야 분명해지겠지만 남북한의 참여를 강조한 대목은 한반도 평화구축을 위한 「현실적이고 진일보한시각」으로 긍정 평가되고 있다.

한승주 외무장관도 이날 제주에서 기자들과 만난자리에서 『당사자인 남북한이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미국과 중국이 이를 추인·보장하는』 이른바 「2+2」방식을 처음으로 공론화했다.지금까지 이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시기상조』라며 언급을 회피해온 정부의 반응에 비춰볼때 이날 한장관의 공개적 언명은 중국측과 사전 교감이 있었던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기에 충분한 것이다.

북한이 최근까지 대미 평화협정공세를 그치지 않고 있는데다 「당사자」라 할 수 있는 한국과 중국마저 이 문제를 구체화시켜감에 따라 앞으로 평화협정체결문제는 한반도주변국 사이에 핵심사안으로 떠오르게될 전망이다.

북한이 최근 평화협정공세를 본격화한 것은 지난 4월28일 외교부성명에서부터다.북한은 여기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고 정전기구를 대신하는 기구를 만들어야한다』면서 「판문점대표부」를 일방적으로 개설,유엔군측에 통보했다.

이어 중국이 8월 북한의 정전위 무력화에 동조,정전위철수를 결정했고 지난달 27일에는 북한의 「판문점대표부」를 「작별방문」하는 행사로 화답했다.북한의 「공세」는 핵타결을 지렛대로 미국과 평화협정을 체결,한국을 외교적으로 압박하겠다는 다목적용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붕총리의 방한을 계기로 중국의 새평화협정에 대한 입장은 조금씩 속마음을 드러냈다.심국방외교부대변인은 방한 첫날 『정전협정은 평화체제로 바뀌어야 한다』며 이 문제에 운을 떼기 시작했고 다음날인 지난1일 『평화협정체결에 한국이 적당한 역할을 해야한다』며 중국의 입장변화를 강력히 시사했다.이 문제는 결국 4일 이한한 이붕총리에 의해 분명한 매듭이 지어졌다.

중국측이 남북한의 적대적 대치라는 한반도의 현실에 기초한 새평화체제구축으로 입장선회를 함으로써 북한측도 대미 단독평화협정 체결이란 정치공세를 재검토치 않을수 없게 됐다.<류민기자>
1994-11-0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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