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부재/문정희(굄돌)
기자
수정 1994-10-23 00:00
입력 1994-10-23 00:00
우리 인간에게 진실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아는 선진국 사람들의 놀라운 여유와 그것을 대담하게 실천하고 있는 용기를 훔쳐본것 같아 나는 순간 정신이 얼얼했었다.또한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 신시내티라는 도시가 갑자기 그리워지기도 했었다.
그 도시의 시장이나 텔레비전 방송국 사장은 보나마나 굉장한 멋쟁이일거라는 상상도 어렵지않게 들었다.아니,어쩌면 시인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더구나 재미있는 것은 독서를 방해하는 가장 시끄러운 떠벌이꾼인 텔레비전이 바로 독서에 앞장섰다는데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었다.
그러면서도 한편 현대라는 거친 밀림은 이미 인간으로부터 독서와 사색을 앗아가버린지 오래구나 하는 것을 재확인한 것도 같아서 새삼 씁쓸해지기도 했다.텔레비전까지나서서 그것을 다시 찾아주려고 하다니….
아무튼 현대인은 독서나 사색이 중요하다는 것을 훤히 알면서도 그것보다는 매일매일 누적된 피로를 푸는데 더욱 급급할 만큼 산만하고 지쳐있음에 틀림없다.
텔레비전이 정규방송을 과감하게 중단하고 「책을 읽자」고 할만큼 적극적인 것은 아닐지라도 우리에게도 가을이 되면 제일 먼저 들려오는 소리 가운데 하나가 바로 「책을 읽자」는 소리이다.
범죄와 공해가 난무하는 세상,이기주의와 소비만이 더욱 팽배해져가는 오늘의 문제는 사실 사색과 독서부재에서 기인한 것이고 그래서 이제 그것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아주 중요한 문제라는 점에서 금년 가을에 들어보는 「책을 읽자」는 소리는 그 어느때 보다도 절실하게 들린다.
모두가 숙연하게 한권의 시집을 읽고,소설속의 작은 오솔길을 소롯히 걸어보면서 그동안 지친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씻어낸다면 이 가을은 진실로 중요한 가을이 되리라.<시인>
1994-10-2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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