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총리 정책운용과 팀웍(최택만 경제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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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10-20 00:00
입력 1994-10-20 00:00
과거에는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경제장관이 바뀌면 새 경제내각의 정책기조가 성장이 될 것인가,그렇지 않고 안정쪽으로 기울 것인가가 첫번째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새 경제내각의 정책기조에 대한 윤곽이 드러나면 그 다음에는 정책운용 스타일이나 팀웍 등에 초점이 맞추어 졌다.

홍재형 경제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 취임이후에는 정책기조보다는 정책운용 스타일과 경제부처간 팀웍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경제부총리의 경질은 전임 정재석 부총리의 신병에서 연유되었기 때문에 경제정책에 큰 변동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이다.

홍부총리 자신도 『기존의 경제정책을 바꾸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앞으로 안정에 최우선 순위를 두겠다』고 밝히고 있다.이 발언은 전임 부총리의 경제정책과 별다른 차이가 없음을 말해주고 있다.그래서 이번에는 정책운용 스타일과 팀웍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역대 경제부총리를 보면 최각규 부총리 입각후에는 업무스타일에 관심이 쏠렸고 조순 부총리 때는 팀웍에 관심이 모아졌다.

최 부총리가 취임하자 성격이깐깐하다든가,제 3공화국시절 김학렬 부총리가 재등장한 것이 아니냐며 경제기획원 관리들이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조순 부총리 때는 그가 학자출신인데가 성격이 온후해서 전임 나웅배 부총리 때 나타났던 부처간 할거주의를 시정하고 엘리트의식이 강한 경제기획원 관리들은 어떻게 통솔해 나갈 것인지에 의문이 제기되었다.또 개성이 강하기로 이름이 난 문희갑씨가 경제수석비서관으로 있어 부총리와 경제수석간의 관계에도 초점이 쏠였다.

과거 경제팀과 경제수석간의 역학관계는 대통령의 경제수석비서관에 신임관계에 따라 달랐다.문 수석은 경제기획원 출신인 인데다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웠다.그는 경제기획원에서 잔뼈가 굵어 경제기획원 업무에 밝았다.반면에 조부총리는 학자출신이어서 실물경제보다는 이론에 치우치는 듯했다.그러자 경제수석이 경제기획원 업무를 챙기는 일이 종종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문 경제수석이 경제기획원차관에게 지시해서 경제기획원 업무를 챙기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경제부처의 국실장을 자주 불러 청와대에「소내각」을 꾸몄다는 풍문도 나돌았다.

이번 개각이후 일부에서는 조순 전부총리 때를 연상하기도 한다.조순 전부총리의 시민형 행정스타일과 홍 부총리의 행정스타일이 엇비슷하다는 데서 그런 추측이 나오고 있다.게다가 홍 부총리의 성품이 온후하며 지금도 부처간 이기주의가 상존해 있고 한리헌 경제수석비서관이 당시의 경제수석비서관처럼 개성(소신)이 강하다는 점도 흡사하다.

홍 부총리가 취임이후 일부언론에서 부총리와 경제장관,그리고 경제수석비서관간의 팀웍을 놓고 추측보도가 나온 연유도 거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일부언론에서는 한 경제수석의 개성이 강하고 추진력도 강한 점을 들어 앞으로 경제팀과 경제수석간에 기능변화를 성급하게 점치기도 한다.지금까지 경제부총리에 무게가 실려있던 정책결정 패턴이 청와대 경제수석 쪽으로 기울지 않느냐는 것이 그것이다.

다행히 홍 부총리는 취임이후 각종 얘기를 의식한 듯 경제기획원 관리들에게 조정과 타협을 강조하고 있다고 들린다.홍 부총리는 경제기획원 확대간부회의에서 개발경제시대에는 행동가형 관료가 두각을 나타냈지만 그뒤 안정기에는 소수 엘리트 집단의 설득형이 주효했고 지금은 어느 한부처가 전반적으로 이끌어 가는 것이 어려워 조정과 타협의 시민형 행정가가 필요한 시대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는 선진경제로 이행과 다양한 이해관계및 부처이기주의의 조정을 위해 경제기획원은 설득형과 시민형을 합한 조화형으로서 경제정책을 펴야한다는 지시를 했다.역대 경제부총리가운데 장기영·김학열씨는 행동가형,남덕우씨는 설득형,나웅배씨와 조순씨는 시민형으로 볼수가 있다.

지금은 경제기획원 내부는 물론이고 경제부처간 정책의 조화와 조정기능이 매우 중시되고 있는 시점이다.따라서 홍 부총리를 비롯해서 경제기획원 관리들은 조정과 중재기능을 최대한 살려 부처간 시각차이나 이기주의를 사전에 제거하여 정책이 실기하는 일이 없어야 하겠다.

최근 경제부처 공직자들사이에 궂은 일이나 어려운 일은 하지 않으려는 보신주의와 소속부처의 관할권을 챙기는 영토주의적 자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조화와 조정기능이 제대로 발휘되면 그같은 공직자세도 자연히 해소될 수가 있을 것이다.

또 일부에서 우려하고 있는 역학구조의 변동이 있어서는 안된다.경제각료와 경제수석비서관(스태프)은 그 기능과 역할이 다르고 달라야 한다.과거와 같이 경제수석비서관이 경제부처 일을 좌지우지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된다.경제각료와 스태프의 업무는 분명이 다르다.홍 부총리와 경제장관,그리고 경제수석비서관은 그 점을 올바로 인식하고 업부영역에 분명한 선을 그어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사회는 다원화사회이다.그 사회에 맞는 정책운용방식은 조정과 조화라고 생각한다.경제부총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바로 「조화의 묘」를 살리는 것이 될 것이다.
1994-10-2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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