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 사랑의 온기 불어넣자/이충길 보훈처장(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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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10-14 00:00
입력 1994-10-14 00:00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보다 앞서 6·25때 일본에 거주하던 청년학도들이 혈육의 만류를 뿌리치고 또 일신의 안일을 포기한채 조국을 위해 전쟁에 뛰어들었던 빛나는 역사가 있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들은 이들의 애국충정에 대한 존경의 마음은 고사하고 「재일학도의용군」이 있었는지 조차도 잘 모르는것 같다.이들은 국내에 연고도 없었고 참전하지 않더라도 아무런 비난을 받을 위치에 있지 않았음에도 스스로의 용기와 정열로 자신을 던졌던 분들이다.
6·25가 발발하자 모두 6백41명이 자발적으로 참전하여 유엔군의 일원으로 인천상륙작전에 참여하였고 이원·원산작전,풍산·혜산진 전투,백마고지 등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으며 이중 1백44명은 조국의 이름으로 산화하였다.
또다시 우리 한반도에 6·25와 같은 비극이 발생한다면 수많은 유학생중에 조국을 걱정하며 달려올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는지 오늘의 세태와 풍조에 비추어 의심스럽기 그지 없다.
지금 우리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의 격변기를 맞고 있다.북한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민족공동체발전에 입각한 통일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국제정세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면서 사회안정과 굳건한 안보태세를 바탕으로 외교·경제력을 포함한 우리의 총체적 역량을 극대하 하지 않으면 안된다.이러한 때에 국민 모두의 단합과 조국의 장래를 향한 일치된 노력은 너무나 절실한 문제이다.
그러나 우리사회의 내부에는 이같은 시대적 요청에 비해 많은 취약점을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비록 극소수 이기는 하지만 우리의 일부 젊은 세대들은 호국용사들이 피땀으로 지킨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국가의 정통성을 부정하거나 자기 비하를 일삼는가 하면 사치와 방종,그리고 폭력으로 사회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이같은 윤리도덕의 실추와 극단적인 이기주의로 인해 우리 사회의 기강이 흐트러지고 자조적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음은 여간 걱정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외국인들은 한국사람들이 자신들이 이룩한지난 반세기의 업적을 너무 과소평가하는가 하면 자기비하 의식 내지 비판적 성향이 지나치지 않은가 묻고 있다.이는 자기 조국에 대한 애착심이 부족한 오늘 우리의 세태와 국민성을 꼬집는 충고의 말로 겸허이 받아들여야 할줄 안다.
우리가 경험한대로 경제적 도약은 가능한 일인지 모르지만 문화발전은 결코 짧은 기간내 이루어지지 않는것 같다.오히려 급속한 성장이 정신문화의 피폐와 공동체 기반의 약화를 초래함으로써 우리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사회에 온기를 불어 넣는 일이다.일찍이 도산 안창호 선생께서는 『왜 우리사회는 이렇게 차오,훈훈한 기운이 없소,서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빙그레 웃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겠소』라고 간절히 호소한바 있다.날로 각박해져 가는 오늘의 세태를 생각할 때 너무나 절실한 문제가 아닌가 한다.
우리의 선열들이 몸소 실천해온 국가와 민족을 위해 나를 버리는 멸사봉공의 희생정신까지는 어렵다 하더라도 조금씩 양보하고 절제하며 나누어 가지는 자세는 민주시민으로서의 기본적 자격이요 소양이다.이제 우리는 물질적 생활이 향상된 만큼 그에 걸맞는 정신문화를 창조하지 않으면 안되겠다.
이 아침 남에게 뿌려준 향수가 내게 향기로 되돌아 오는 그 진리를 새롭게 느껴보자.
1994-10-1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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