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가 밝힌 산업스파이/외국인 간부 1만5천불 받고 기밀 팔아
수정 1994-09-16 00:00
입력 1994-09-16 00:00
지난해 1월25일 새벽. 국내 스피커제조업체인 삼미기업의 비서실 문이 소리없이 열렸다. 이어 금고문이 열리고 신제품 모델 및 고객관리정보가 담긴 컴퓨터디스켓 7장이 사라졌다.
첩보영화의 장면이 실제로 일어난 것이다. 법인은 유럽에서 전자부품 기술역으로 일하다 이사대우로 채용된 호주인 릭보튼씨(48). 미국의 스피커 부품생산업체인 오우라사로부터 1만5천달러에 매수돼 회사기밀을 빼돌렸다.
15일 대한상의에서 국가안전기획부후원으로 열린 「산업기밀,어떻게 보호하나」라는 주제의 세미나에서는 국제적 산업스파이가 저지른 기밀유출사례가 발표됐다. 산업기밀이 해외로 유출되면 국가경쟁력이 큰 타격을 입는다는 판단에서 안기부가 실례를 공개하며 재계에 산업스파이에 대한 경종을 울린 것이다.
안기부가 밝힌 자료에는 기막힌 사례들이 많다. 지난 91년 김포군 소재 주물제조업체인 대호단조는 스티븐씨 등 태국인 기능공 7명을 채용했다. 밸브가공분야에서 일하던 이들은 어느 날 사장과의 술자리에서고압가스밸브접착에 대한 핵심기술을 들은뒤 이튿날 깜쪽같이 사라졌다.
몇달후 태국의 한 금속공장에서 똑같은 기술이 선보였다. 스티븐은 그 회사의 사장아들로 스파이임무를 띠고 처음부터 위장취업했던 것이다.
부천에서 특수바늘의 기계 및 부품을 만드는 영림상사는 지난해 수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중국의 한 공장이 똑같은 제품을 25%나 싼 값으로 미국에 팔기 때문이었다.
수소문한 결과 열림의 기술상무로 일하던 이풍언씨(52)가 수출대행업체인 중앙상사에 매수돼 수천만원을 받고 제조공정을 팔았고 중앙상사가 중국에 합작공장을 세워 싼 노동력으로 영림의 시장을 빼앗은 것이다.<백문일기자>
1994-09-16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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