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다 정명훈(외언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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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09-09 00:00
입력 1994-09-09 00:00
정명훈은 마침내 명예를 소중히 지켜냈다.94∼95년 시즌오픈 작품인 오페라 「시몬 보카네그라」까지를 지휘하고 떠나게된 것이다.명예로운 퇴진이다.그것은 그와 바스티유측이 체결한 계약이 오는 2000년까지 유효하냐 안하냐의 쟁점에서 「유효하다」는 것을 관철해냈다는 뜻이 된다.

「무효」를 주장하던 바스티유측은 정명훈씨에게 굽혀 유효함을 인정했다.그러고도 『배상금을 줄테니 나가라』는 바스티유측의 협상을 그는 무료로라도 「유효기간」의 지휘를 요구했다.그런 그에게 바스티유측은 당면한 시즌오픈작품을 맡기기로 하고 협상을 마친 것이다.이만한 결과를 얻은 것은,그가 배상금보다는 명예를 지키려는 노력에 더 역점을 둔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그래도 그는 지금 「매우 슬프다」고 말하고있다.무엇보다도 지난 5년동안 사이좋게 일하던 음악가 2백50명과 억지로 헤어지게 된 일을 가슴아파하는 것이다.정명훈씨가 부당한 바스티유측의 처사에 항의하여 법정투쟁을 벌이게 되었을 때 그와 「사이좋게 지내던」 많은 음악가들은 그의 편을들어 주었다.그 모두가 그의 공덕임은 말할 것도 없다.

개성이 강하고 다소 까다롭게 마련인 예술가들을 「지휘」하는 일은 음악적으로나 음락외적으로나 쉽지않은 일이다.게다가 체형과 피부색이 다른 유색인이 턱없이 콧대높은 서구인을 상대로 한다는 것은 인격적 수월성을 인정받지 못했다면 불가능할 일이다.그래서 더욱 정명훈씨가 대견하다.

그중에도 장한 일은 빠르게 「항소취하」를 이끌어낸 일이다.무기력하게 지지부진하게 끌려가며 소모되지 않은 것이 그런대로 잘된 일이다.「고통을 견뎌낸」 그의 참을성이 용했다.

그런 과정에서 고국팬이 보낸 성원을 『그것(고국의 성원)없이 어떻게 이런 성과가 나올 수 있었겠는가』라고 말하며 그는 감사한다.당한 불행은 슬펐지만 그래도 뜨겁게 확인된 우애를 우리는 부산물로 거둔 셈이다.함께 마음으로 애쓴 우리 모두가 장하다.
1994-09-09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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