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합리화」 지정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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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06-22 00:00
입력 1994-06-22 00:00
문민정부의 부실기업 정리가 곤경에 빠졌다.정부는 부실 건설업체인 (주)한양에 대해 인수 예정자인 주택공사가 신청하면 산업합리화 업체로 지정할 방침이다.
합리화 업체로 지정되면 보유 자산을 처분하거나 채무를 면제받을 때 세금감면 혜택을 받는다.세금을 깎아줌으로써 부실기업을 빠른 시일에 회생시키기 위한 것이다.그러나 특정 업체에 세금감면 혜택을 주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특혜시비가 일고 있다.
경제기획원,재무부,건설부 등 관계부처는 (주)한양을 합리화 업체로 지정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다른 선택이 없기 때문이다.한양을 누가 인수하든 합리화 업체로 지정받지 않고는 자력으로 회생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한양이 쓰러질 경우 국민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정부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다.때문에 특혜시비를 감수하고라도 한양을 살리겠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가 대안이 없다고 보는 이유는 크게 세가지이다.한양이 도산할경우 한양의 근로자 1만여명이 실업자가 되고,5천여개의 하청 및 납품업체들도 대금결제를 받지 못해 연쇄도산한다.한양이 시공중인 아파트 1만3천채의 공사도 중단돼 입주가 불가능해진다.이미 입주한 4만여채의 아파트는 하자가 발생해도 보수를 받을 수 없다.
한양이 합리화 업체로 지정되는 경우의 세금감면 예상액은 정확히 추산하기 어렵다.다만 한양이 보유한 부동산 가운데 처분 가능한 자산을 모두 팔고,채무감면 2천억원 및 이자경감 2천3백억원 등 상업은행과 주공간의 인수조건이 그대로 지켜진다는 것을 전제로 할 때 1천7백92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지난 해 5월 상업은행은 한양의 정리 방안으로 기업주 배종렬씨의 퇴진,법정관리의 신청,주공과의 인수협상 개시 등 세가지를 제시했다.기업주를 퇴진시키고,인수 파트너로 공기업인 주공을 선택한 것은 부실기업 정리 때마다 빚어졌던 특혜시비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
이 방안은 「부실 기업주는 퇴진시키되,기업은 살린다」는 것으로 여론으로부터도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합리화업체 신청도 인수협상을 시작할 당시부터 예정된 절차였다.그러나 최근 합리화에 대한 여론의 평가가 정반대로 바뀌며 정부의 「한양 해법」이 벽에 부딪친 것이다.
(주)한양은 지난 해 5월 주거래 은행인 상업은행이 법정관리를 신청했으나 법원은 재산보전 처분만 내린 상태에서 이를 받아들일 지 여부에 대한 결정을 유보하고 있다.법정관리란 채권자의 권리 행사를 일정 기간 유예함으로써 부실기업을 회생시키는 제도.
채권자의 희생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법정관리는 해당 기업의 회생 가능성이 있을 때에만 국한된다.한양이 합리화 업체로 지정되지 않을 경우에는 법원의 결정도 영향을 받는다.
한양의 자산실사 결과 자산은 1조4천여억원에 불과한 반면 부채는 1조8천여억원이다.자산부족액이 4천3백억원이다.따라서 한양을 주공에 넘기려면 4천3백억원을 어떤 형태로든 메워주어야 한다.상업은행은 2천억원은 채무를 면제해주고,나머지 2천3백억원은 한양의 은행부채 8천6백억원의 이자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입장이다.
문민정부는 지금까지 부실기업 정리 문제는 해당 은행과기업이 자율적으로 해결할 문제라는 입장을 지켜왔다.그러나 한양의 경우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비추어 더 이상 방관자의 입장을 고수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염주영기자>
1994-06-22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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