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말로만 “국제화”… 생각은 “폐쇄적”
수정 1994-03-16 00:00
입력 1994-03-16 00:00
국제화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인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지니고 있을까.
우리는 그동안 줄기차게 국제화가 살 길이라며 개방에 대비한 체질강화에 노력했다.그러나 불행히도 국제화·개방화에 대한 국민의 의식구조는 구호와 다르다.야누스같은 이중성을 지녔다.
말로는 국제화를 외치지만 생각은 폐쇄적이다.예컨대 우리의 해외진출은 찬성하면서 외국기업이나 외국인이 한국에 들어오는 데에는 부정적이다.배타적,국수주의적 정도가 제법 심각한 상태이다.국제 무역헌법인 우루과이 라운드(UR)협정과 같은 국제협약을 준수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람이 전 국민의 4분의1이나 된다.
15일 김영삼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청와대에서 열린 신경제 추진회의에서는 모처럼 한국인의 생각을 우리 스스로 점검하는 평가회가 열렸다.국민경제교육연구소가 20살 이상의 남녀 1천5백명을 조사,분석한 「한국인의 경제의식」을 보고했다.
보고에 따르면 UR와 같은 국제협약을 지켜야 하느냐는 질문에 67.9%가 지켜야 한다고 한 반면 24.7%는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주학중 국민경제교육 연구소장은 『4명 중 한 명의 국민들이 국제협약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정부의 국제화·개방화 노력이 열매를 맺지 못한 것』이라며 실천적인 경제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우리 기업의 해외진출에는 80.5%가 찬성했으나 외국기업의 국내상륙에 찬성한 사람은 절반인 45%에 불과했다.67.7%가 우리 국민이 외국인 회사에 취업하는데 찬성한 반면 외국인이 우리 기업에 취업하는 데 찬성한 비율은 36.1% 뿐이었다.
상품수입 개방에는 30.6%가 찬성한 반면 63.4%는 반대했다.반면 교육개방에는 53.7%가 찬성,아전인수로 개방대상을 취사선택하려는 인식을 보였다.
새정부 이후 공직자의 대민 봉사자세는 63.4%,민의를 수렴하는 자세는 51%가 각각 좋아졌다고 응답했다.그러나 정책의 일관성과 관련해 좋아졌다는 사람은 34.6% 뿐이었다.아직도 국민의 과반수가 만족하지 않는 상태이다.
기업인들의 기업가정신이 강하다고 응답한 사람은 48·2%였고 45.8%는 기업인의 민주적 경영의식이 약하다고 응답했다.근로자와의 동반자 의식은 45.7%가 약하다고 봤고 기업인의 사회적 책임의식도 45.6%가 약하다고 답변했다.회사 일을 내일처럼 생각하는 주인의식이 강하다는 응답은 47.2%인 반면 자기 직업을 천직으로 생각하는 근로자는 23.3% 뿐이었다.기업인들의 기업가 정신은 강하지만 근로자와의 동반자 의식은 약하고 근로자들의 직업의식 역시 투철하지 않은 것이다.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는 사람은 53.9%로 상당히 높았으나 실제 참여비율은 5.4%에 불과했다.미국(23.5%)등 선진국에 훨씬 못미친다.자기가 사는 지역에 쓰레기 처리장 등 혐오시설을 설치하는데 반대하지 않겠다는 사람은 63.7%,반대 의견은 21.9%였다.일본의 반대비율 36%보다는 낮다.
경제기획원의 김호식 대외경제국장은 『국제화는 「세계인이 서로 마주 보며 사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며 『도도한 국제적 흐름에 반기를 드는 국민의식과 행태로는 도저히 개방화 시대를 살아갈 수 없고 또우리 경제의 도약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정종석기자>
1994-03-16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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