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변동신고의 맹점/박대출 정치부기자(오늘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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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02-02 00:00
입력 1994-02-02 00:00
공직자 재산공개제도의 참뜻이 퇴색되고 있다.

공직자윤리위의 납득할 수 없는 태도로 이 제도의 존재가치마저 의심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번 재산실사때는 「봐주기」의혹을 사더니 지난달 31일 마감된 재산변동신고에 대한 처리방침은 상식을 벗어나고 있다.

한 예를 들어보자.A국회의원은 지난번 1억원의 재산을 신고했다.이어 윤리위의 실사과정에서 1억원을 누락한 사실이 밝혀졌다.이번 변동신고때는 시세,이자수입등으로 1억원이 늘었다고 신고했다.

이에 대한 윤리위의 유권해석은 전혀 엉뚱하다.마지막 변동부분인 1억원만을 신고받아 공개하면 된다는 것이다.처음 1억원은 이미 공개했고 두번째 1억원 역시 실사과정에서 파악됐으므로 변동신고대상에서 제외된다는 해석이었다.

얼핏 보면 그럴듯하지만 문제는 공개에 있다.윤리위의 이같은 방침에 따르면 누락된 1억원에 대해 국민들은 알 수가 없다.공직자의 재산은 어김없이 공개되어야 하고 국민들은 누구나 이를 확인할 수 있도록 규정한 공직자윤리법의 입법취지에 어긋난다.

이같은 행위가지난번 실사의 허구성이 들통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의혹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당시 50여명의 의원들이 재산을 누락한 것으로 알려졌었다.3∼4명은 억대에 이른다는 소문도 파다했다.그러나 윤리위는 겨우 3명만을 비공개로 경고조치하고 어물쩍 넘어가버렸다.윤리위는 그뒤에도 「문」을 굳게 잠근채 일반인의 열람을 거부했다.



결국 윤리위의 이같은 행태는 스스로 발목을 잡는 꼴이 돼버렸다.누락부분을 변동재산에 포함시키면 윤리위의 「봐주기」가 백일하에 드러날까 두려워 이같은 해석을 내렸다고 치자.저마다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에게 「정치사형선고」를 내려야 하는 부담때문이었을 수도 있다.그렇다고 해서 법에 따라 누구라도 공개열람할 수 있는 공직자재산을 언제까지 비밀에 부칠 수만은 없다.

지금도 늦지 않다.신고후 30일이내인 오는 3월2일까지 공개하면 된다.지난번 누락재산까지 공개해야 할 것이다.그렇지 않으면 「검은 돈」의 차단을 목표로 한 재산공개제도의 입법취지는 물거품이 되고 만다.
1994-02-0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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