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인간/이재식 시인(굄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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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11-27 00:00
입력 1993-11-27 00:00
조지 워싱턴대학의 로버트 스틸맨과 제리 홀 박사가 엠브리오(Embryo)라 부르는 생명결정체를 만들어 냈다.난자와 정자가 결합해 생명체로 수정된 지 석달 정도가 지나면 태아가 된다는 것이다.그런데 이 엠브리오를 아무때고 수백개씩 만들수 있다니 결국 똑같은 사람을 수백명씩 생산해낼수 있다는 말이 된다.오웰이 소설에서 예견한 복제인간이 희미한 안개속에 비아냥한 얼굴로 우리를 향해 서있는 것이다.
일이 이쯤 되면 과학의 발달과 연구진의 개가에 보낼 박수보다 인간의 교만이 도를 넘지 않나 하는 마음이 더 하다.똑같은 인간이 1년에 수천명씩 생산되기 시작한 다음의 10년후를 상상해 보라.인간 개개의 존엄성은 차치하고라도 사회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의 연속일 것이다.우선 범죄자의 색출은 아예 포기해야 한다.내 남편,내 아내도 없고 어느 쪽이 제 아버지인지 알 수도 없다.인간이 자연의 한 부분이라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인간생명의 순환도 절대자의 신성한 고유 권한일 것이다.말할 필요도 없이 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개인의 독자성과 고유성이다.모든 꽃이 장미와 꼭 같다면 그래도 그것을 꽃이란 이름으로 부를 수 있을까.정말 인간들은 너무 심한 것이 아닐까.
1993-11-27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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