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총독부 선철거」 대의따른 결단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기자
수정 1993-11-11 00:00
입력 1993-11-11 00:00
◎경복궁 하루빨리 복원,민족정기 회복해야

옛 총독부 건물 철거를 둘러싸고 대립되는 양상을 보였던「선철거론」과「선건립론」중에서 정부는 최근「선철거론」을 택했다.

그럼에도「선건립론자」들은 아직도 그 결정에 불만이 있는 듯하기에 다시 한번「선철거」의 당위성을 밝힌다.

「선철거론」과「선건립론」은 양측 다 헐자는 데에 이의가 없다.다만 허는 시기가 논쟁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조금만 깊이 생각해 보면「선건립」의 주장이 전혀 설득력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원로 고고학자인 손보기선생이 10월31일자 서울신문에서 이미 제시한 바와 같이,「문화재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비가 새는 총독부 건물보다는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 것이 시급하기 때문이다.특히 수장문화재 12만점 가운데 현재 전시되고 있는 것은 7천여점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것을 옮기는데는 큰 무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논쟁을 겪어오면서 말할 수 없는 비통함을 느꼈다.광복이 된지 48년이 지난 지금 이런 논쟁이 일었던 자체가 부끄럽다.

돌이켜 보면 우리 민족은 국토를 일제에 의해서 강점당한 뒤 갖은 민족적 모멸을 받아왔다.급기야 그들은 조상이 물려준 성과 이름까지 빼앗고,우리 민족 전체를 말살하려 하지 않았던가.이렇게 우리 민족을 말살하려던 세력의 상징인「옛 총독부」가 아직도 버티고 있어서야 되겠는가.

이것은 민족의 자존심에 관한 문제다.옛 총독부를 서둘러서 헐어야 할 대의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와함께 우리의 전통왕궁인 경복궁 앞에「옛 총독부건물」이 온존해 있다는 것도 상식밖의 일이다.경복궁을 원래 모습대로 복원하기 위해서도「옛 총독부 건물」을 허는 일은 하루가 급하다.



현재 우리가 당면한 역사적 과제는 민족정기를 되살리고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여 조국통일을 성취하는 일이다.따라서 국가·민족이란 대의를 위하여 개인인 소아는 희생시키야 한다.이런 뜻에서 경복궁 복원·옛총독부 철거·국립중앙박물관의 이전이 맞물려 있는「선철거」와「선건립」의 선택 과정에서 정부는 대의와 실리를 냉철하게 판단했다.이것을 어찌 인기영합으로 매도할 수 있겠는가.

민족의 숙원인 민족통일을 이룩하기 위하여는 먼저「총독부」를 헐어 일제잔재를 청산하고 민족정기를 바로잡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정부의 총독부건물 조기철거 방침을 다시 한번 환영한다.<유준기 총신대교수>
1993-11-11 1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