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무욕의 세계/김정란 시인·상지대교수(굄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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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11-11 00:00
입력 1993-11-11 00:00
까까머리 젊은 중은 망연히 안개 앞에 서서 이슬비를 맞고 서 있다.
그는 우리 꼴이다.우리는 세간에서,세상사에 질척질척 젖으면서,다만 지혜에 목이 멜뿐이다.그러나 우리안에 불심의 소질은 숨겨져 고요히 타고 있으니,혹 알것인가,한 선승이 이른 저 가벼운 무심무욕의 경지에 우리도 언젠가 이르게 될지.그때까지 다만 발심하리라.있는 힘을 다해 존재의 불을 후후 풍구질하리라.그것은 지금 자아의 조잡함에 덜미를 잡혀 살둥죽을둥 신통치 않으나,때가 이르매 산불처럼 치솟아 오르고,또 때가 이르매 동녘 햇살처럼 투명하며 고요해지리라.나는 그것을 믿는다.아니면 이 오욕의 생을 어떻게 버텨 낼 수 있는가.<김정란>
1993-11-11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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