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공포와 핵지식/이기동 모스크바특파원(오늘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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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10-23 00:00
입력 1993-10-23 00:00
러시아가 국제여론의 압력에 굴복해 동해핵투기를 중지키로 한 것은 다행한 일이다.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번 핵폐기물 투기소동을 겪으면서 사실 확인에 대한 우리 나름의 검증노력이 부족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러시아측 주장으로는 1차 투기때 버린 폐기물량은 9백㎥에 방사능 수준은 1.08퀴리였다.러시아정부는 1차 투기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보고할 때부터 21일 2차투기중지 발표때까지 시종일관 이 수치를 고수했다.

이 발표의 진위 여부는 다른 경로를 통해 규명될 일이다.

하지만 이만한 양의 핵폐기물이 과연 어느 정도의 위험을 주는지 여부는 「과학적인 규명」이 가능한 일이다.그리고 기자가 만난 모스크바의 서방 핵과학자중 이 수치가 자연환경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러시아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이 정도는 절대 위험한 수치가 아니라는 것이었다.어떤 전문가는 핵물질의 반감기를 감안할 때 이 정도면 이틀이면 방사능수치가 정상적인 수준으로 돌아간다는 설명도 했다.투기행위 자체를 비난하기 앞서 발표된 수치의 사실확인에 논의의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는 의견들이었다.

우리 정부도 이번에 일본 못지 않게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주한러시아대사를 불러 투기중단을 촉구했고 모스크바대사관에서도 러시아정부에 정식으로 항의를 제기했다.물론 당연한 처사라고 생각한다.그러나 우리 나름대로 과학적인 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갖고 과연 무엇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국민들에게 알리는 노력을 제대로 했는지 자문하고 싶다.



동해에서 잡혀 우리 식탁에 오르는 명태·오징어가 과연 먹어선 안될 정도로 오염됐는지,우리 연안의 방사능수치에 과연 변화가 있는지를 측정해 국민들에게 알려주어야 했다.국민들이 불필요한 공포를 갖지 않게 하는 것도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하다도 보기 때문이다.

인류의 핵에 대한 의존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그리고 핵폐기물 처리는 우리에게도 이미 피할 수 없는 중대과제가 돼있다.무엇이 얼마나 위험한지,혹은 위험하지 않은지를 냉정하게 따져서 국민에게 알리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
1993-10-2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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