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제 증시/큰손 “위축”/가·차명이용 주가조작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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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10-15 00:00
입력 1993-10-15 00:00
증시에서 「큰 손」들의 힘이 크게 떨어졌다.실명제의 영향이다.1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실명전환 의무기간이 끝나면서 주식의 가명거래가 원천봉쇄되자 지금까지 기관과 함께 가·차명 계좌를 이용해 주가를 조작했던 큰 손들의 입지가 눈에 띄게 위축됐다.
실명제 이전까지 큰 손들은 자신들이 거래하는 증권사를 끼고 가·차명 계좌 및 증권사에서 제공하는 신용으로 일부 종목의 주가를 조작하는 「작전」을 펴온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개인별 신용공여가 공식적으로는 5천만원이었으나 이들은 수많은 가·차명 계좌로 돈을 빌려 작전을 폈다.10억원 정도의 현찰이 있는 큰 손은 증권사에서 외상으로 1백억∼2백억원 정도를 쉽게 빌릴 수 있었다는 게 증권 관계자의 얘기다.
실명제하인 요즘도 기존의 차명계좌는 그대로 사용할 수 있지만 가명계좌의 사용이 불가능해짐으로써 자금동원에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또 주가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작전을 펴려면 거래 증권사와 공모해야 하나 실명제로 돈의 흐름이 쉽게 노출되기 때문에 큰 손이나 증권사 모두 나서기를 꺼리고 있다.
증권업계의 최대 큰 손으로 지목됐던 K씨도 실명제 이후 10억원 이상을 동원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이에 따라 앞으로의 증시는 큰 손들이 맡았던 역할이 기관으로 이전되면서 기관의 비중이 갈수록 커질 것으로 점쳐진다.
한진투자증권의 유인채상무는 『실적이나 내재가치에 상관없이 소문에 따라 특정 종목이 폭등하는 일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쌍용투자증권의 조웅식 투자분석부장은 『실명제 초기 잠복했던 큰 손들이 최근 저평가된 주식을 대상으로 작전을 편 징후는 있으나 과거에 비해 그 규모나 횟수가 크게 줄었다』며 『종합소득세가 도입되는 오는 96년까지 차명계좌를 동원한 큰 손들의 장난이 가끔 있겠지만 결국은 선진국처럼 장기투자 행태가 정착될 것』이라고 진단했다.<우득정기자>
1993-10-15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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