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상/통독후유증 치유 “변화밖엔 없다”(세계의 개혁현장:13)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기자
수정 1993-10-15 00:00
입력 1993-10-15 00:00
◎“변화만이 살길” 지구촌의 혁신노력 조명/예산감축·제도정비… 「재탄생 몸부림」

독일정부는 지난 2일 「독일 앞날의 경제기반 확보방안」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이 보고서는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각종 방안제시가 근본목적이지만 정부도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알림으로써 국민들의 정치불신을 해소하려는 의도도 함께 담고 있다.총 96페이지 짜리 이 보고서는 통일이후 경기침체로 허덕이는 독일을 구하는 길은 변화밖에 없음을 기본 전제로 각종 제도를 정비·개혁함으로써 독일을 새롭게 탄생시키겠다는 목표를 지향하고 있다.

독일 의회는 요즘 연방재정적자 삭감을 위한 정부의 94년도 연방예산안 심의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아직 삭감대상과 그 폭을 놓고 설전이 한창이지만 이미 위험수위에 달한 연방 재정적자의 삭감이 불가피하다는데는 여야간에 이견이 없다.재정적자 삭감을 위한 의회의 연방예산안 논의는 변화를 향한 독일정치의 첫 걸음이 이제 시작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최근들어 독일에서는 전례없이 정치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국민들을 자주 보게 된다.장미빛 미래를 꿈꾸게 했던 통일의 환상은 최악의 경기침체로 사라진지 이미 오래고 국민들은 실업자의 증가,사회복지지출의 삭감 위협에 직면해 있다.

독일국민들은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정치인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며 그 책임을 정치인들에게 묻고 있다.

예컨대 한국의 고속전철 수주전에서 독일 ICE가 프랑스의 TGV에 밀린데 대해 일각에서는 정부의 지원이 미흡했기 때문이라며 정부를 비난한다.ICE가 가격·기술면에서 TGV에 뒤질게 없으므로 프랑스가 외규장각 도서 등 한국문화재를 한국에 반환키로 한 것과 같은 정부차원의 지원이 있었다면 다른 결과를 낳을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냉전종식과 경제전쟁의 가열에 따라 세계 각국 정보기관들이 경제정보 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그러나 독일 정보기관 BND(Bundesnachrichtendienst·연방정보국)만은 법의 금지규정을 이유로 경제정보를 수집하지 않고 있다.따라서 독일기업들이 정보전에서 뒤지게 됐고 그 책임은 정치권이질 수 밖에 없다며 정치권은 BND의 경제정보수집이 가능하도록 법개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도 경제계에서 제기되고 있다.<5면에 계속>

◎경제정보 수집금지 정보국법 손질/“부패 내몰자”… 작년·올 각료 9명 퇴진

<1면서 계속> 통일 이후 발생한 갖가지 문제들에 대한 정부와 정치권의 비능률적인 대응으로 거의 폭발수준에 달한 국민들의 불만은 여야를 불문하고 정치 지도자들간에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갖가지 비리와 스캔들로 더욱 증폭되고 있다.지난 1년반 사이 9명의 각료가 헬무트 콜 내각에서 사퇴했다.올들어서도 위르겐 묄레만 경제장관(자민당·1월)과 귄터 크라우제 교통장관(기민당·5월)이 개인적 비리와 관련,자리를 물러났다.

사민당의 비외른 엥홀름총재는 87년 의회에서의 거짓증언이 문제가 돼 지난 5월 정치일선에서 은퇴했고 막스 슈트라이플 바이에른주총리(기사당)역시 휴가비용을 개인 기업가로부터 지원받았다는 이유로 주총리직에서 하차했다.독일의 주요 정당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스캔들과 비리의 악몽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있는 형편이다.

독일국민들은 지금 독일 정치인들의 수준은 그들이 일으키는 스캔들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자조한다.경제위기를 맞아 정부재정적자 감축,경기회복대책 마련 등 시급한 국가적 과제가 산적해 있는데 개인 또는 당의 이해에만 얽매여 국가적 과제해결을 미룬 결과 오늘과 같은 위기가 초래됐다는 것이다.그래서 독일국민들은 철저한 윤리의식을 갖춘 정치인들이 당파적 이해를 초월,국가적 과제 해결을 위해 진지하게 노력하는 새로운 정치의 모습을 보고싶어 한다.

독일의 정치권이 비록 타이밍은 못맞췄지만 뒤늦게나마 이같은 국민들의 정치불신을 심각히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은 다행스런(?)일이 아닐 수 없다.올들어 오랫동안 끌어오던 졸리다리파크트(통일비용 분담을 위한 대협약)가 합의되고 상당한 진통을 겪기는 했지만 소말리아 평화유지군에의 참여 등 독일군의 해외파병이 실현됐다.이에 더해 난민들의 정치망명 신청에 관한 난민법 개정안이 전격처리된 것 등은 문제에 보다 능률적으로 대처하려는 독일정치의 변화를보여주는 대목이다.이는 「정치인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정치」에 비로서 발동이 걸렸음을 의미하는 것이다.<본=유세진특파원>
1993-10-15 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