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넘는 「숨은돈」 끌어내려면(사설)
수정 1993-09-11 00:00
입력 1993-09-11 00:00
화폐의 퇴장현상은 통화관리의 교란,금융기관의 신용창출의 위축,시중유동성 감소 등의 부작용을 가져온다.더 심해지면 퇴장된 만큼 화폐를 추가로 공급하지 않으면 시중에 자금난이 발생한다.자금난 해소를 위해 통화를 확대할 경우 물가불안 우려가 있다.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통화를 환수해야하나 일단 방출된 통화를 환수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시중에 나간 돈이 금융기관으로 환수되지 않으면 금융기관의 대출여력이 줄어든다.금융기관의 대출이 줄면 시중 자금사정은 나빠지게 마련이다.일련의 이러한 악순환이 장기화될 경우 생산활동이 둔화되고 확대재생산이 어렵게 된다.화폐의 퇴장현상은 금융실명제 실시와 재산공개 등에 영향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의 화폐퇴장은 금융실명제 실시를 앞두고 가명예금과 가명주식이 현금으로 인출되어 개인금고에서 잠자고 있는데 있다.퇴장된 돈을 제도금융권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예금자의 비밀이 철저히 보장되지 않으면 안된다.금융실명거래및 비밀보장에 관한 긴급명령에 규정된 비밀보장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준수되어야 한다.
비밀보장이 잘지켜 질 경우 최소한 「검은 돈」이 아닌 「숨은 돈」은 금융기관으로 다시 환류되리라 믿는다.예금자에 대한 비밀보장 못지않게 주요한 것은 국민 각계각층이 김융자산을 선호하도록 하는 일이다.그 점에서 고위공직자 재산실사 과정에서 부동산과 예금을 동일시해서는 안된다.부동산보다는 예금을 많이 갖고 있는 공직자나 시민이 존중되는 풍토가 조성되어야 한다.
화폐를 개인금고에 넣고 있는 사람들은 언제까지 보관상의 위험부담과 금리의 포기라는 2중의 피해를 감수하면서 금고에 돈을 넣어 둘 것인가.김융실명제 실시로 퇴로가 차단된 돈의 출처를 스스로 밝히고 금융기관에 돈을 예치하는 것이 심리적 불안과 금전적 손실을 최소화하는 길이라 생각한다.영원히 돈을 개인금고에 잠재우지 않는 한 돈의 출처는 밝혀지게 마련이다.
금융당국과 금융기관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김이자유화를 가급적 앞당겨 금리에 의한 저축유인을 제고해야 할 것이다.퇴장된 돈의 경우 단기적으로는 금리의 저축유인이 적으나 장기적으로 그렇지가 않다.그러므로 금융기관은 신상품 등을 개발하여 시중의 유동자금을 저축으로 끌어들이는데 온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화폐의 퇴장은 물리력이 아닌 순리로 풀어나가야 한다.
1993-09-1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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