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내집마련 너무 힘들다/박대환(일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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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3-09-09 00:00
입력 1993-09-09 00:00
그렇지만 10년만 있으면 가정마다 TV를 갖게 될 것이고 수출도 1백억달러에다 우리나라는 완전히 선진국이 되어 있을 것이다라는 막연한 꿈을 먹고 살았었다.주위를 둘러보면 그 꿈은 현실에 나타난지 오래다.그런데 당시에 느꼈던 경제적 차이에서 오는 소외감이나 현실에서 느끼는 그것은 별다른 차이가 없다.
「가난은 게으름의 대가」라고 혹평을 하는 이도 있다.물론 자기관리에 실패한 결과를 안은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기형적인 사회구조하에서 피할 수 없이 빈곤상태로 주저앉은 사람들이 많다.그들을 특정논리를 앞세워 불성실의 소치로 몰아세우기엔 얄팍한 가슴을 가진 사람들의 빈정거림이다.
나도 2년여전쯤 부동산 시장이 거품처럼 끓던 때 40대1이라는 신청률을 뚫고 신시가지 아파트에 당첨된 일이 있었다.연고도 없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부딪힌 것이 주택문제였다.
방을 비우라는 집주인을 몹시 원망하며 끝없는 절망을 경험했다.화김에 우선 되고 보자는 심리가 나에게 엄청난 자금부담을 안겨주었다.
은행이며 제2금융권,그것도 모자라 사채까지 기천만원을 둘러대며 아파트입주라는 희열을 맛보았지만 복합적으로 맞물린 요소들이 그 기쁨을 오래가게 놓아두지 않았다.결국 전세를 주고 전세로 옮겼다.겨우 한숨을 돌리고 보니 갚아나가야 할 대출통장이 부담스럽다.2·3년후면 다시 내집으로 들어가 살기야 하겠지만 이게 무슨 고행인가.나는 결국 집한채로 빚을 산 셈이 됐다.
「신한국 창조」의 열풍이 불고 있다.캐치프레이즈가 아닌 삶의 본질을 파고드는 진정한 새나라를 만들어야 한다.인간생활의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주거문제에 신한국 창조의 주역이 되어야 할 젊은 직장인들이 모든 정열을 바쳐야 한다면 이 세대는 슬픔을 먹고 살아야 한다.실현성이 있는 꿈을 먹고 사는 세상이 반드시 와야 한다.모두가 서로의 욕망을 조금씩 추스리며 한번 살다가는 세상에서 사람이 해야할 일을 하는데 모든 정열을 바쳐야 하지 않을까.<롯데건설 기획실 대리>
1993-09-0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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